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거듭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강조하면서 그린란드를 향한 미국의 구애 역사가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10세기 유럽인들이 처음 발견한 그린란드는 덴마크-노르웨이 왕국, 덴마크의 지배를 거쳐 1979년 자치령이 됐고 2009년에는 외교, 국방을 제외한 완전 자치권이 주어진 덴마크령이다. 북미와 유럽 사이, 대서양과 북극해 사이에 위치한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임에도 불구하고 지리, 자원, 군사 등 여러 측면에서 미국 안보에 중요 거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21세기 들어 북극권을 둘러싸고 러시아,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그린란드는 미국 안보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최전선이 되어 가고 있다. 실제로 그린란드에 있는 피투피크 기지(옛 툴레 기지)는 미 공군의 최북단 기지로 탄도 미사일 조기 경보 및 전략 폭격기 출격 기지 등의 중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여왔다. 1867년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한 앤드루 존슨 대통령은 그린란드 역시 매입을 고려했고,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 나치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하자 미국은 덴마크 정부와 보호 조약을 맺고 그린란드에 군사를 배치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냉전이 본격화한 1946년에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1억 달러에 매입하려 했으나 실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1951년 덴마크와 방위 조약을 맺고 그린란드에 공군 기지 등 주요 군사 시설을 배치했고, 트럼프 1기 당시인 2020년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그린란드를 방문해 "북극해 통로는 21세기의 수에즈, 파나마 운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따라서 취임 전부터 대중국 강경 노선을 공언하고 있는 트럼프에게 있어 그린란드는 결코 놓칠 수 없는 거점이라는 관측이다. 트럼프 1기에서 활동했던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폭스뉴스에 출연해 북극권이 미래의 주요 전쟁터가 될 것이라며 "그린란드는 북극에서 북미, 그리고 미국에까지 이르는 고속도로"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와 중국은 북극권 도처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지금 덴마크는 러시아와 중국에 맞선 전쟁의 최전선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