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박항서 매직'에 이은 '김상식 매직', 베트남 축구의 미래

2025-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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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쓰비시컵 우승으로 베트남 축구 희망 커져

2024 미쓰비시컵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김상식 베트남 축구팀 감독 사진베트남통신사
김상식 베트남 축구팀 감독이 2024 미쓰비시컵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베트남통신사]

2023년 초 박항서 감독 사임 이후 암흑기에 빠져 있던 베트남 축구가 마침내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작년 5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김상식 감독이 부임 8개월 만에 '동남아의 월드컵'이라고 불리는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 축구선수권대회(이하 미쓰비시컵)에서 무패로 우승하면서다. 이에 베트남 팬과 언론들은 '박항서 매직'에 이은 '김상식 매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 섞인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베트남통신사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베트남통신사]
 
박항서 감독의 유산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 재임 5년 동안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며 베트남 축구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그는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2019년과 2021년 동남아시안(SEA)게임 금메달, 2019년 아시안컵 8강, 2022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첫 진출 등 숱한 업적을 남기며 베트남 대표팀 역사에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박 감독이 남긴 유산은 숫자에만 그치지 않다. 그는 베트남 축구의 심리 및 전술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고, 그 결과 베트남은 동남아의 강팀으로 거듭났다. 아울러 박 감독은 축구 현장 밖에서도 유능한 민간 외교관으로 평가받았다. 양국 언론의 평가와 같이 그는 축구를 이용해 베트남과 한국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연결했다. 

반면 이러한 박 감독의 성공은 후임 감독들에게는 큰 도전이 된다. 베트남 팬들의 기대는 더 이상 동남아에 그치지 않는다. 이에 전임자인 필립 트루시에 감독이 실패한 이후 베트남 대표팀을 맡게 된 김 감독 역시 상당한 부담을 안았음은 물론이다. 

 
2024년 미쓰비시컵 아세안축구연맹 축구선수권대회 [사진=베트남통신사]
2024년 미쓰비시컵 아세안축구연맹 축구선수권대회 [사진=베트남통신사]
 
김상식 감독의 여정

김 감독은 한국 축구계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은 젊고 잠재력 있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에 가기 전에 그는 수년 동안 K-리그 전북 현대에서 뛰며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김 감독은 전북 팬들의 사퇴 요구 속에 2023년 5월에 감독을 자진 사퇴했지만 선수이자 감독으로서 모두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몇 안 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김 감독의 축구 철학은 엄격한 조직력과 전술적 유연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에 적응하기 위해 선수들은 높은 규율, 좋은 볼 컨트롤, 경기 상황 파악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하다.

이번 AFF컵에서 그의 전술적 창의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김 감독은 주전 선수단에 기존 유명 선수 대신 젊은 선수들을 많이 기용하는 등 과감한 변화를 시도했다. 베트남 축구 전문 매체 봉다플러스는 김 감독이 전술 조정과 팀워크 구축에 탁월한 통찰력을 발휘했다고 호평했다. 브라질 출신 귀화 선수인 응우옌쑤언손 등 젊은 선수들을 기용한 것이나, 결승전에서 팜뚜언하이를 주전으로 투입한 과감한 결정은 예상치 못한 효과를 가져왔다. 선수들이 좋은 플레이를 펼쳤을 뿐만 아니라 승리에 대한 의지도 보여 베트남 팬들을 더욱 뿌듯하게 만들었다.

판타인훙 전 베트남 축구감독은 "로스터(출전 선수 목록) 혼란으로 인해 팀이 안정을 잃을 수도 있지만 김 감독이 인재를 테스트하고 팀에 더 적합한 플레이 스타일을 구축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전술 구축 외에도 심리적 측면에도 많은 신경을 쓴다. 베트남 언론은 김 감독과 박 감독의 공통점은 선수들의 투지를 불러일으키는 능력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더욱이 트루시에 감독하에서 암흑기를 보낸 베트남 대표팀은 사기를 끌어 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다.

타익바오카인 베트남 축구 감독은 김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에 부임한 작년 5월 한 인터뷰에서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와 팬, 언론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며 "김 감독이 여러 세대 선수들과 잘 어우러진다면 팀은 깊이 있고 탄탄한 결속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미쓰비시컵 우승을 차지하며 베트남 선수들과 축구 팬들이 기쁨에 가득 찼다. [사진=베트남통신사]
미쓰비시컵 우승을 차지하며 베트남 선수들과 축구 팬들이 기쁨에 가득 찼다. [사진=베트남통신사]
 
베트남 축구의 미래

김 감독이 감독으로서 본격적인 첫 무대인 미쓰비시컵을 우승으로 장식하면서 베트남 팬들의 기대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번 승리는 베트남이 동남아 왕좌를 탈환한 동시에 앞으로 더욱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줬다.

앞으로 베트남 대표팀은 2027년 아시안컵 예선이나 2030년 월드컵 예선 등 동남아를 넘어 아시아 전체 국가들과 경쟁해야 한다. 이 난관들을 넘어서려면 청소년 인재 육성, 체력 향상,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따라서 김 감독의 역할에는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것 외에도 베트남 축구의 장기적 발전 계획을 짜는 것도 포함된다. 그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지속 가능한 청소년 양성 시스템을 구축하여 젊은 인재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미래 팀에 인재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청소년 수준에서부터 국가대표팀까지 동시적인 발전은 베트남 축구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한다.

즈엉부럼 전 베트남축구연맹 부회장도 김 감독의 장기적인 비전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김 감독에 대해 "미쓰비시컵과 같은 즉각적인 성공을 목표로 삼을 뿐만 아니라 향후 국제 토너먼트를 위해 더욱 강력한 팀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하노이 시민들 사진베트남통신사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하노이 시민들. [사진=베트남통신사]


김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2024년 미쓰비시컵에서 우승한 것은 단순한 트로피를 넘어 베트남 축구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일이었다. 김 감독은 박 감독이 남긴 유산을 바탕으로 혁신을 결합해 자신의 능력을 입증했다. 

김 감독의 여정은 이제 시작됐다. 팬들의 큰 기대, 아시아 및 세계 주요 대회에서 치열한 경쟁, 그리고 젊은 인재를 육성하는 과제는 결코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될 것이다. 동시에 베트남축구연맹의 지지와 팀의 결속력, 팬들의 굳건한 믿음 속에 김 감독은 계속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박 감독 역시 미쓰비시컵 우승 직후 김 감독에게 축하 메시지를 전하며 "베트남 축구가 이젠 동남아시아의 영광에 만족해서는 안된다. 범아시아에서 경쟁력을 갖는 새 이정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 매체 바오머이는 "베트남 대표팀은 김상식 감독하에서 많은 역사적 기념비와 기록을 세웠다"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베트남 대표팀이 훌륭하고 적합한 감독을 갖게 되면서 2024년 AFF컵을 넘어 더 나아갈 수 있다는 높은 기대가 생긴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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