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는 딱지치기, 공기놀이, 비석치기, 팽이치기, 제기차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 여러 놀이가 나온다. 그런데 오징어 게임을 보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일곱 살인 우리 애는 살면서 저 놀이 중 몇 개나 해볼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태권도 학원에서 배운(?) 덕분에 잘 알고 있지만, 그 외 놀이는 아이에게 이름조차 생소한 것이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하니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 동네 아이들이 술래잡기 '얼음땡'이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을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아이들의 놀이를 막는 건 사교육만이 아니다. 요즘은 패드나 스마트폰 등을 손에 꽉 쥐고 영상에 심취해 있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영유아 시기에 영어 영상을 노출하면 영어를 빠르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돼, 영상 시청이 교육으로 둔갑한 상황이다.
책 ‘불안 세대’(조너선 하이트 지음, 이충호 옮김, 웅진지식하우스)는 ‘현실세계의 과잉보호와 가상세계의 과소보호’를 지적한다. 1996년 이후 태어난 아동이 청소년기 들어 불안과 우울 등 정신질환을 앓는 불안 세대가 된 주요 원인이 이 때문이란 것이다.
저자는 영상 시청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몰두하는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가 탄생하면서 ‘놀이 기반 아동기’가 종말을 고했다고 분석한다. 아이들이 방과 후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일이 사라졌고, 친구들과 밤중에 밖에서 모험을 즐기는 일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됐다는 것이다.
자유 놀이를 통해서 아이들이 민주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성 등을 기를 수 있는데, 놀이가 사라지면서 이러한 성장의 기회를 아이들에게서 박탈했고, 결국 불안 세대를 낳았다는 게 책의 요지다.
‘오징어 게임’을 닮아가는 세상에서 아이들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바꿀 힘을 길러주기보다는 그 힘의 싹마저 자꾸 잘라내는 건 아닐까. '불안 세대' 저자의 한마디를 통해서 새해에는 '내 행동부터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한다.
“당신의 행동이 말보다 훨씬 중요할 때가 많으니, 자신의 휴대폰 사용 습관을 면밀히 살피도록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