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던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일단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 실장은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 정상 출근해 정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했다. 정 실장은 이 자리에서 사직 의사를 접겠다고 하고, 수석들도 "거취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전날 기재부는 "지금은 민생과 국정 안정에 모두 힘을 모아 매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사표를 수리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냈다. 이에 정 실장은 "사표가 수리된 것으로 안다"면서 이날부터 대통령실에 출근하지 않겠다는 뜻을 주변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 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수석들에게 사표가 반려된 과정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대행이 전날 오전 정 실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했다가 오후에 다시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사표를 반려했다는 것이다.
앞서 정 실장 등 참모진은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에도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이들은 국정 혼란의 우려로 정상적으로 근무해 왔지만, 최 대행이 그달 31일 국회 몫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하자 항의하는 차원에서 재차 사의를 밝혔다.
대통령실 참모진이 사의를 거둔 것은 야당을 포함한 비판 여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일 대통령실 참모진 사의와 관련한 서면브리핑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대통령실과 정부 인사들의 집단 행패"라며 "이들이 내란 세력과 한통속임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2·3 내란에는 입도 뻥긋 못하던 자들이 내란 단죄에는 사표까지 내가며 훼방을 놓는 모습은 한마디로 가관"이라며 "헌법과 법률에 따른 임명이고 오히려 1명을 빼서 논란인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직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