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년간 한국 시 번역의 길을 걸어온 '한·베 문학 번역 선구자' 레당환 교수

2024-12-31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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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김소월 '진달래꽃' 번역 시작으로 한국 시 번역의 길에 들어서

지난 20년간 국내 주요 유명 시인 작품 12편 번역

'정지용 시인 번역 가장 어려웠다' 소회도

'채식주의자 번역' 황하이번 번역가도 제자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IGSE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는 레당환 교수사진유대길 기자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IGSE)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는 레당환 교수[사진=유대길 기자]


젊은 시절 북한과 러시아에서 유학 후 한국 시에 관심을 갖고 번역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베트남 야금공학 박사. 한눈에 봐도 상당히 특이한 이력을 갖춘 이 인물은 베트남에서 한국 시 번역 전문가로 정평이 난 레당환 하노이 폴리텍대학교 교수(고문)이다. 전 하노이 인문사 대학교 초빙교수이자 현 베트남 문인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지난 20년간 베트남에서 꾸준히 한국 시 번역의 길을 걸어온 한·베 문학 번역의 선구자로, 번역 작업뿐만 아니라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황하이번 번역가 및 2021년 한국문학번역상 대상 수상자인 응우옌 응옥 꿰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IGSE) 교수 등 많은 후학을 양성하면서 한국과 베트남 양국 문학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2004년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번역을 시작으로 지난 20년간 한용운, 고은, 정지용, 김영랑, 김광규, 김민정, 김용재 등 국내 유명 시인들의 시집 12편을 베트남어로 번역해 한국 시 번역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환 교수는 지난 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IGSE, 총장 이재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한국 시 번역 여정을 나누었다.

환 교수는 자신이 야금공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래 문학을 좋아했다며 시 번역의 길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2002년 코리아파운데이션(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한국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동안 한 지인이 김소월의 시를 번역해보자고 제안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시 번역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환 교수는 “한국 시와 베트남 시 문학은 문학적 공통점, 역사적 공통점이 있다”며 한자 문학에서 국어 문학으로 넘어가는 변천 단계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염상섭의 ‘만세전’ 등 일부 한국 소설을 베트남어로 번역하기도 했지만 “나는 소설보다 시를 더 좋아한다”며 시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IGSE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는 레당환 교수사진유대길 기자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IGSE)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는 레당환 교수[사진=유대길 기자}

문학 번역은 작가의 의도를 외국어로 그대로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번역 중에서도 고난도 작업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시는 의미가 더욱 함축적이고, 파격적 형태를 갖춘 경우도 많기 때문에 문학 번역에서도 어려운 분야로 통한다. 이와 관련해 환 교수는 자신이 번역한 작품 중 가장 어려웠던 작품으로는 의성어와 의태어가 많은 정지용 시인의 작품을 꼽았다. 그는 당시 “한 2년 동안 매우 힘들었다”며, 정지용 사전 등 각종 자료를 총동원한 끝에 번역을 마칠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아울러 한국 시 중에서도 한문이 많은 고전시보다 현대시를 좋아한다고 한 그는 한국 시인 중 좋아하는 인물로 한용운과 고은 시인을 꼽았다.

올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해외에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환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베트남에서 한강 작가가 “노벨상 받기 전까지는 관심이 별로 없었다”며, 지금은 소설이 재출판에 들어가는 등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베트남에서 “한국 문학에 대해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구를 깊이 하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다”며 아직 베트남 내 한국 문학 인지도는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1944년생으로 올해 80세인 환 교수는 올해에도 시집 ‘순간의 꽃’(고은), ‘ 밤 하늘에는 별강이 흐르고’(김유제)를 번역하는 등 활발하게 한국 시 번역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초반에 번역 작업을 할 당시에는 한국문학번역원 지원을 받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지원 없이도 독자적으로 번역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환 교수는 현재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해온 바와 같이 앞으로도 한국 시 번역과 양국 문학 교류의 길을 계속 걸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레당환 교수왼쪽와 응우옌 응옥 꿰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IGSE 교수사진응우옌 응옥 꿰 교수
레당환 교수(왼쪽)와 2021년 한국문학번역상 대상 수상자 응우옌 응옥 꿰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IGSE) 교수[사진=응우옌 응옥 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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