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 한용운, 고은 등 국내 유명 시인들의 작품을 베트남어로 번역한 한국 시집 전문 번역가 레당환 하노이 폴리텍대학교 교수(고문)가 22일 서울 강동구 성내동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총장: 이재희)를 방문하고 한국어-베트남어 통번역 학생들을 위한 특강을 진행했다.
'한국문학 번역 이론과 실제적 문제'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특강에서 환 교수는 특강에서 현재 베트남에서의 한국문학 번역 문제점을 거론하며, 한국 문학 작품이 베트남에서 좀 더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우선 번역의 수준을 한층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일례로 올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대표 작품 채식주의자 역시 지난 2010년에 이미 베트남어로 번역됐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전까지 별로 관심이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 2004년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번역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한국 시집 12권, 소설 2권을 번역하며 시집 전문 번역가로 활동을 해 온 환 교수는 한국-베트남 수교 이후 지난 32년 동안 약 140편의 한국 작품이 베트남에서 번역됐지만, 대부분은 문학 및 번역 전문가가 아니라 한국어 강사 및 교수들에 의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 작품의 문학적 묘미를 베트남 독자들에게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환 교수는 한국문학번역원 등 유관 기관에서 실행하는 번역 작품 리스트 선정 및 번역 심사도 좀 더 베트남의 문학적 감정을 고려하는 동시에 문학 번역의 특성에 맞춰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유관 기관들의 번역자 선정 과정에 있어서도 "(샘플) 30페이지 정도만 보고 판단하면 좋은 번역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환 교수는 학생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 문학 작품 번역을 통해 얻은 노하우도 공유했다. 일례로 한국어의 의성어와 의태어를 어떻게 베트남어로 번역하는 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정지용 시인의 작품 '종달새' 번역 작업 당시 '지리 지리 지리리' 등 의성어를 번역했던 경험을 나누며 우선 베트남어로 적절한 단어를 찾아보고, 적절한 단어가 없으면 한글을 직접 베트남어로 표기하는 방식을 취한다고 전했다.
또한 시 번역에 있어서 음운과 내용을 모두 만족시키기 어려울 경우에는 우선 내용에 중점을 두는 방식으로 번역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특강에는 정명숙 한글문인협회 이사장, 조항록 하노이전문대 특임 부총장을 비롯해 한국과 베트남의 여러 문화계, 학계 인사들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