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역사가 100여년이 넘는 외국의 대형미술관 소장품은 적게는 1만여점 많게는 수백만점에 이른다. 우리 관점에서 보면 필요하고도 충분한 양의 소장품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아직 배가 고픈 듯' 소장품 수집에 진심이다. 이들 대형미술관의 연간 소장하는 작품 수는 미술관의 규모와 예산에 따라 다르지만, 우리와는 질과 양 모두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20C 모더니즘 미술을 다루는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MNAM), 즉 퐁피두 센터는 비정부공공기관(EPA, Éétablissement public national à caractère administratif)으로 매년 두 차례 작품수집을 위한 논의를 한다. 14만점을 소장한 퐁피두의 작품수집을 최종결정하는 작품수집심의위원회는 문화부 대표 1인, 교육부 창작 및 공연 예술국장과 4명의 익명의 현대미술전문가, 그리고 미술관장 등 7인으로 구성되며 의장은 관장이 맡는다.
여기에 퐁피두 '퐁피두 센터의 미국 친구들'(American Friends of the Centre Pompidou)과 '퐁피두 센터의 친구들'(Friends of the Centre Pompidou)이란 후원단체를 통해 상당한 추가자금 지원과 함께 프랑스와 전 세계를 포괄하는 국제단체(International Circles)를 통해 작품수집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센터는 많은 작품을 기증받기 때문에 구입예산 대비 매년 많은 작품을 수집한다. 2021년에는 814점을 공적기금과 민간기금으로 구입했지만, 같은 해 프랑스 영화감독 브루노 데샤름(Bruno Decharme,1951~ )의 소장품 중 900여점의 유증을 포함해 총 2468점의 작품이 기증되어 총 3282점이 수집됐고, 구입작품의 평균가격은 3700만원 정도였다. 퐁피두는 작품구입에서 가장 우선하는 것은 프랑스 예술가와 타국의 예술가가 프랑스에서 제작한 우수한 작품, 그리고 국제적으로 다른 중요한 예술 현장에서 제작된 최고의 작품의 연관성을 따져 소장하는 것이다.
퐁피두는 기증 또는 유증을 위해 기증 제안서가 접수되면 30명으로 구성된 퐁피두(MNAM) 큐레이터 팀의 관련 전문가는 미술관 목적에 부합여부, 활용도, 기존 컬렉션과의 통합성, 대중성 등을 검토하고 평가해 위원회에 최종 제안서를 제출한다.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작품은 소장품에 편입될 수 없다.
작품수집은 1986년 이래 미술관 작품수집의 핵심이 된 70~80여명으로 구성된 수집가위원회(Collectors Committee)를 통해 이루어진다. 이들은 기부를 통해 수집예산을 지원하며 매년 LACMA 컬렉션에 포함될 작품에 대해 투표한다. 또 큐레이터와 함께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미술관 후원 그룹인 'Art Here and Now'와 '장식미술 및 디자인 인수 위원회'(Decorative Arts and Design Acquisitions Committee)의 기금도 중요한 작품의 재원이다. 2021년에는 구매 412건, 기증 1860건으로 총 2272건이 수집되었다.
작품수집 우선순위는 큐레이터와 관장이 컬렉션의 강점을 강화할 목적으로 환태평양 지역 미술관으로서 다언어, 다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의 특성을 살려 다양하고 글로벌한 소장품을 수집하는 데 주력해 왔다. 현재 LACMA는 영구 컬렉션의 수준을 향상시키고, 향후 데이비드 게펜(David Geffen,1943~) 갤러리의 큐레이터 협업 기회를 확대할 작품을 수집할 것을 단기수집목표로 삼고 있다.
LACMA는 기증의 경우 인수위원회가 큐레이터와 디렉터의 평가를 포함한 여러 요인을 고려해 결정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증대상 작품과 기존 컬렉션의 관계다. 인수위의 결정 없이, 긴급하게 작품수집을 결정해야 할 때는 경매에 참여한다. 경매에서 작품을 수집할 경우 사전에 관장승인을 받아 경매에 참여하며, 미술품이 특별한 가치나 중요성을 지니는 경우, 이사회와 집행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집행할 수 있다.
테이트(TATE)의 작품수집에 관한 최종 결정과 책임은 이사회에 있다. 수집대상 작품 선정은 테이트 미술관의 전문 큐레이터가 시작해, 영국미술과 국제미술을 담당하는 2인의 각각의 수집담당부장(Directors of Collections) 주관하에 검토를 거쳐 소장품위원회(Acquisitions Group)에 상정한다. 위원회는 7인으로 구성되며 이 중 4인은 재단 이사로 보임한다. 위원회는 작품이 미술관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한지 심사하고 검토한 후 최종 평가해 이사회에 회부한다.
기금모금기관인 미술관 인수위원회(Acquisitions Committee)는 소장품의 추천이나 선정에는 관여하지 않지만, 소장품 수집에 가장 중요한 재정적 지원을 한다. 비부처공공기관(NDPB, Non Departmental Public Bodies)인 테이트의 작품수집예산은 영국의 디지털, 문화, 미디어 및 스포츠부(Department of Digital, Culture, Media & Sport)의 예산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술관 작품수집예산은 주로 헤리티지 복권 기금(Heritage Lottery Fund), 예술 기금(Art Fund), 테이트 후원회원(Tate Members), 테이트 동반자(Tate Patrons), 테이트 국제 위원회(Tate International Council)와 같은 곳에서 지원을 받는다.
현재 6만6000점 이상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테이트는 대부분 기증을 통해 작품수집을 하며, 일부 물납제(AiL, Acceptance in Lieu) 등을 통해 수집한다. 2021년 테이트는 총 750점의 작품을 수집했는데 500여점이 기증, 250여점이 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테이트는 매년 작품수집의 우선순위를 이사회의 합의로 결정한다. 2020~2025년 수집전략은 여성 예술가, LGBTQ+ 예술가, 소수 민족 예술가와 유색인종(BIPOC) 작가의 작품소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 섬유와 텍스타일, 퍼포먼스와 디지털 형식, 컴퓨터 기반 작품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체험적인 작품과 오브제를 획득하는 것을 방침으로 한다.
테이트의 작품수집은 제안된 모든 작품을 구매 또는 기증을 받는 경우 납세자가 미술품이나 문화재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물납제와 동일한 방식으로 검증해 수집하도록 하고 있다. 테이트는 소장품위원회와 이사회가 구입 결정할 경우 최대 10만 파운드(약 1억8000만원) 범위 내에서 절차를 생략하고 구입할 수 있는 유연한 제도를 채택하고 있기도 하다.
약 30만점의 소장품을 지닌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AIC, The Art Institute of Chicago)는 작품수집을 위해 여러 단계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체계적인 과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우선 미술관의 각각의 11개 학예부서는 이사회 이사, 큐레이터의 네트워크로 구성된 컬렉터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 위원회를 두며, 제안된 수집품 평가는 약 70~80여명으로 구성된 수집위원회(Acquisitions Committee)가 한다. 위원회는 미술관의 사명과 컬렉션을 완성하는데 열정적인 후원자, 예술 애호가 및 미술사, 큐레이터 등 전문가로 구성된다.
위원회는 제안된 작품의 수집여부를 검토하고 평가한 권고안을 최종 승인을 위해 이사회에 제출한다. 수집예산은 대부분 미술관에 기부된 기금에서 충당되며 예산은 해마다 다르며 계획된 작품의 수집 방향과 성격,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2021년 수집한 작품은 구입 322건, 기증 519건, 유증 3건으로 총 844점에 이른다.
미술관은 작품수집에 있어서 미술관의 포괄적인 서사에 필요한 흠잡을 데 없는 작품성 또는 기술적 혁신, 미술사에서 중요한 순간의 일부를 증거하는 작품을 우선한다. 기증이나 유증은 큐레이터가 위원들에게 작품수집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고, 위원회가 평가하고 투표하는 방식을 취한다. 수집절차와 관계없이 관장이나 이사는 매입을 통해 특정작품의 수집을 승인할 수 있으며, 일부 기증은 추가 승인 없이 수락할 수도 있다. 또 일정 예산 내에서 구입할 때는 전체 위원회의 검토 없이 관장이 구입승인을 할 수도 있다. 다만 고가품이나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의 최종 승인은 이사회에서 한다.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는 작품수집을 위한 기금마련을 위해 LACMA처럼 '연례 컬렉터 위원회 주말'(Annual Collectors Committee Weekend) 같은 행사를 개최해 새로운 수집품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며 행사를 통해 회원들은 제안된 작품 구입에 대해 투표하고 모금된 기금은 새로운 작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한다.
미술관은 15만8001점의 소장품 중 3000점 이상을 전시한다. 전시하는 대부분의 작품은 유럽과 미국의 고전미술과 20C 이후 미술품으로 이를 분리해 전시한다. 미술관은 다양한 소장품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시회, 연구 및 프로그램을 통해 상설전시를 넘어 예술가나 역사를 탐구하는 작품에 비중을 두고 수집한다. 기증이나 유증도 구입을 위해 제안된 작품과 똑같은 절차를 통해 결정한다.
200만점의 소장품을 자랑하는 메트로폴리탄(MET)도 꾸준히 작품을 수집하고 있다. 메트의 소장품은 수집은 총 3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작품수집위원회(Acquisitions Committee)가 심의 결정한다. 위원회는 여러 명의 재단 이사와 미술전문가가 포함된다. 작품수집은 큐레이터가 잠재적 대상 작품을 파악해 제안서를 작성해 작품수집위원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위원회는 이를 검토해 이사회에 회부한다. 이사회는 미술관의 미션과 비전에 부합하는가를 고려해 최종적으로 수집의 가부를 결정한다.
MET의 수집예산은 해마다 크게 다르다. 2020~2021 회계연도의 메트는 작품수집에 3640만 달러(약 537억원)를 지출했는데, 이는 2018~2019년의 8900만 달러(약 1313억원)와 큰 차이가 난다. 2021년 MET의 작품수집은 구입 262점, 기증 및 유증 1361점으로 총 1623점을 수집했다. 현재 MET의 수집 방향은 소장품 다양화, 특히 유색인종 작가의 작품수집을 위한 기부금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 기증이나 유증의 경우 학예부서의 서면 추천을 거쳐 이사회에 제출하면, 관련 보존 부서 및 법률사무실에서 검토한 후 이사회 승인을 받아 결정한다. 어떤 작품도 예외 없이 이런 수집절차를 거쳐야만 MET의 소장품이 될 수 있다.
194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의 동시대 미술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로스앤젤레스 동시대 미술관(MOCA, 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의 작품수집은 미술관의 큐레이터와 관장이 감독하며, 각각 고유한 전문분야를 가진 구입 및 수집위원회(Acquisition and Collection Committee), 신진작가기금(Emerging Art Fund), 그리고 드로잉과 사진위원회(Drawings and Photography Committee) 등 3개의 위원회를 두고 서로 협력해 수행한다. 위원은 회비와 기부금을 내 자격을 유지하며 이 돈은 작품수집의 주요 재원이 된다. 작품수집절차는 큐레이터의 제안으로 개시된다. 3개의 위원회는 각각 미술관 수집 목표와 비전에 부합하는 잠재적인 수집대상작품을 검토하고 추천하는 일을 하며 이사회가 최종결정한다. 또한 MOCA의 임무를 지지하는 국내외 컬렉터와 및 주요 후원자로 작품수집 등을 국제위원회(Global Council)도 힘을 보태고 있다.
작품수집에 사용되는 예산은 수집위원회원 수에 따라 변화가 있지만 대략 작품수집에 투입하는 예산은 연간 50만~100만 달러(약 7억3000~14억원)로 알려져 있다. 약 8000점을 소장하는 미술관은 2021년 121점, 2022년 기증 101점 구입 22점으로 총 123점의 의 작품을 수집했다. 현재 MOCA의 작품수집정책은 장르와 지리적 경계를 넘나들며 미술사에 남을 동시대 작품, 특히 여성 작가와 유색인종작가 작품에 집중하고 있다. 기증작품수집도 모두 미술관 큐레이터와 관장에 의해 추가 검토 후 투표를 위해 검토의견과 함께 수집위원회에 상정한다. 소장작품은 어떤 경우에도 이와 같은 절차를 거쳐야만 미술관에 들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