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해외 전문가들도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당초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에 따른 랜딩 기어(비행기 바퀴 등 착륙 장치) 미작동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해외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사고 영상에 따르면 사고 여객기는 착륙 시 랜딩 기어 없이 동체 착륙한 가운데 활주로를 빠르게 질주한 후 외벽에 부딪혀 폭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버드스트라이크가 드문 일은 아니고, 이착륙 장치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버드스트라이크는 훨씬 더 많이 일어나지만 일반적으로 버드스트라이크 자체만으로 항공기 손실을 유발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호주 항공 안전 전문가인 제프리 델 역시 "버드스트라이크로 인해 랜딩 기어가 펴지지 않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는 조류가 항공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엔진에 타격을 줬을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러한 경우에도 조종사가 상황에 대처할 시간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항공기의 유지·보수 문제로 인해 랜딩 기어가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보잉 737 항공기 안전성을 연구해 온 나즈메딘 메시카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사고 기종인 보잉 737-800의 랜딩 기어는 설계가 잘 돼 신뢰성이 높지만 유지·보수를 소홀히 하면 적절한 가동이 안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사고 항공기가 활주로에 착륙한 이후에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고 빠르게 직진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토머스 편집장은 "일반적으로 동체 착륙을 하게 되면 항공기가 (속도가 줄며) 불규칙하게 움직인다"고 언급했다. 이어 "(동체 착륙 시) 연료를 최소한으로 하고 소방차를 대비시키고 활주로를 폼으로 도포한 후 항공기가 활주로의 시작 부분에 착륙하면 일반적으로 상황은 별 탈 없이 끝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활주로 끝에 있던 외벽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영국의 유명 항공 안전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외벽이 그곳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거기에 둔 것은 범죄에 가깝다고 생각한다"며 "그러한 구조물은 거기 있지 않아야 한다"고 스카이뉴스에 말했다.
해당 외벽에는 야간이나 악천후에 착륙을 인도하는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지만 대부분 공항에서는 그러한 시스템이 쉽게 부서질 수 있는 구조물에 설치되어 있는 반면, 무안 공항은 단단한 외벽에 설치돼 여객기와 강한 충돌을 유발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활주로에서 겨우 200m가량 떨어진 곳에 저러한 단단한 물체가 있는 것은 언제 어디서도 비슷한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무안공항은 활주로가 2800m로 다른 국내 공항과 비교했을 때 800~900m 짧은데, 활주로 근처에 외벽까지 있어 사고를 키웠다는 진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고는 다수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심층 조사를 통한 원인 파악 역시 수년씩이나 걸리는 경우가 있다며 성급한 결론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고 전했다. 토머스 편집장은 비행기록장치(FDR)와 음성기록장치(CVR) 등 블랙박스가 사고 원인 분석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것은 항공기 전체 시스템의 모든 파라미터를 제공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