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중임제와 분권형 대통령제(이원집정부제)를 함께 도입해야 합니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와 만나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는 심하게 얘기하면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며 "참다운 민주정치 체제로 바꾸기 위해선 대통령 권한을 분산·이양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내각책임제(의원내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그는 "아직 내각책임제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임기 4년 중임제와 분권형대통령제가 차선책"이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제2공화국 때 잠시 내각책임제를 채택했다. 당시 무능과 정쟁이 이어지며 정국이 극도로 혼란했다.
정 회장은 대통령 직무정지인 지금이 개헌 적기라고 했다. 일각에서 개헌 추진이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그는 "탄핵심판을 연장하거나 방해하진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면 개헌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선(先) 개헌. 후(後) 정치 일정(대선)이 돼야 한다"며 "2025년 1월 여야가 개헌안 추진에 합의하고 2월 개헌 절차를 마치며 3월 개헌에 따른 정치 일정을 진행하는 게 맞다"고 했다.
다음은 정 회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촉발된 탄핵 정국에서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26일 국회 헌정회관에서 아주경제와 만나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제'는 심하게 얘기하면 '남자를 여자로, 여자를 남자로 바꾸는 것 빼고는 다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며 "참다운 민주정치 체제로 바꾸기 위해선 대통령 권한을 분산·이양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내각책임제(의원내각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그는 "아직 내각책임제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임기 4년 중임제와 분권형대통령제가 차선책"이라고 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제2공화국 때 잠시 내각책임제를 채택했다. 당시 무능과 정쟁이 이어지며 정국이 극도로 혼란했다.
그는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면 개헌이 더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선(先) 개헌. 후(後) 정치 일정(대선)이 돼야 한다"며 "2025년 1월 여야가 개헌안 추진에 합의하고 2월 개헌 절차를 마치며 3월 개헌에 따른 정치 일정을 진행하는 게 맞다"고 했다.
다음은 정 회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비상계엄’과 이어진 탄핵 이슈로 개헌에 대한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87체제'가 시효를 다했다고 보나.
"직선제 개헌에만 중점을 둔 '87년 체제'로 차기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없다. 제왕적 대통령제로 대표되는 87년 체제는 대통령이 마음만 먹으면 계엄까지 선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현재 5년 단임제를 그대로 두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참다운 민주정치 체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내각책임제나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같은 제도가 필요하다."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개헌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나.
"개인적으로 의원내각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2공화국(1960년 8월~1961년 4월) 때 잠시 시행한 의원내각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각인돼 있다. 또 남북 대치 상황에서 의원내각제에 대한 막연한 불안 의식이 팽배하다. 차선책이자 현실적인 권력 구조 개편은 '4년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다. 국회에 상원을 도입해 고위공직자 임명동의권이나 탄핵심판권을 부여하는 방법, 지방자치단체에 권한 이양, 책임총리제도 있다."
-헌정회에서 '4년 중임과 상원 도입' 개헌을 제안했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헌정회는 정치 상실과 소멸 상태에서 정치를 회복할 개헌을 1년 전부터 준비했다. 더 이상 5년 단임 대통령제로 대통령을 뽑아서는 안 된다고 확신한다. 국회의장이 개헌에 대해 선도하고 여야를 설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탄핵심판 기간에 '원포인트 개헌'을 하길 바란다. 지금 개헌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하기 더 어려워진다."
-일각에선 개헌 논의가 상징적인 선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이 개헌 적기다. 국회의장 주도로 '범국민 개헌추진기구'를 설립해 개헌을 추진할 것을 건의한다. 2025년 1월 개헌안 합의, 2월 개헌절차 완료, 3월에 개헌에 따른 정치 일정을 진행하면 된다. 일각에서는 탄핵심판 이후에도 개헌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인용이나 기각 등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면 개헌은 힘들다. 인용되면 차기 정권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거고, 기각되면 대통령 직무 복귀 후 복잡한 정치 상황에 놓일 것이다."
-정치권 중심으로 '헌재 6인 체제'를 둘러싼 논란이 심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23조에 따르면 심리 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국회 추천 3인 재판관을 제때 추천하지 않아 6인 체제로 변칙 운용되도록 한 건 전적으로 국회 때문이다. 국회 몫 3인은 여야가 각각 1인씩 추천하고 나머지 1인은 여야가 합의하는 중도적 성향을 가진 재판관 후보를 추천해온 관행을 무시한 것이다."
-탄핵정국에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주요국도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는데 대외 관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국의 탄핵정국에 따른 리더십 공백으로 '코리아 패싱' 우려가 더 커졌다. 빅터 차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는 "트럼프는 지도자 간 개인적 유대를 매우 중요시하는데 한국에서 이 일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정치리더십이 복원되기 전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한·일 관계도 계속 잘 진행돼야 하는데 한·미·일 관계가 동맹적 차원에서 유지되는 한편 '안미경중(安美經中)'을 내세우며 안보는 미국과 잘하겠지만 경제적인 측면으로 중국을 좋은 파트너로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계엄과 탄핵 사태로 대외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
"우리의 대외신인도 문제점은 정치적 리스크다. 한국은 2차 대전 이후 식민지에서 독립된 85개국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성공한 유일한 나라로 평가받는다. 느닷없는 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으로 대외 신인도에 문제점이 생긴 건 사실이다. 하지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적절하면서 신속하게 수습하는 과정이 대외에 잘 알려진 건 그나마 다행이다."
-민주당에서는 2025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추경을 신속하게 편성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경제 전문가들과 한국은행은 재정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며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가능성을 제기한다. 소상공인 채무 상환을 돕고 경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을 투입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 과정을 지켜보고 이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추경 예산을 편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대한민국이 직면한 과제다. '정년 연장'도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사회 대타협을 이뤄야 하는데, 청년층은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어떻게 전망하나.
"대부분 국가가 65세 이상으로 연장했거나 연장할 계획을 갖고 있다. 필요성도 대부분 공감한다. 정년 연장에 따른 장점은 노인 빈곤 예방과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노동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점은 청년 일자리를 감소하고 조직 내 인사 적체 발생, 기업 인건비 과대 지출 등이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통해 정년 연장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엄혹한 1970년대 유신 정권 때도 여야 간 존중은 있었다. 유신 정권 당시 국회의원이었는데 그땐 여야 의원들이 저녁에 만나 막걸리 한잔씩 놓고 정국 현안을 논하기도 했다. 한번은 박정희 전 대통령, 이종찬·민기식·최경록·장창국 의원과 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유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라고 내게 물었고 난 '유신은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잘못하고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당시는 유신 비판만 해도 감옥에 끌려가던 시기였는데 박 전 대통령은 내게 '할 말을 하는 기개를 존경한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지금은 여야가 서로 만나지 않고 대화도 안 한다. 마치 서로를 '조상 때려 죽인 원수'처럼 여기는 것 같다. 여야 간 소통 창구가 막힌 것 같아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의결 정족수를 놓고 여전히 논란이다. 어떻게 보시나.
"대통령 권한대행이면 대통령에 준해 적용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따라서 탄핵안 의결을 할 때 재적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
대담=문영재 정치사회부장 / 정리=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