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트럼프 2기 출범 코앞 '코리아 패싱' 대비 시급하다

2024-12-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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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권력은 상대하지 않는다. 다음 정부와 대화하겠다.”
 
8년 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의 입장이다. 자신과 나눈 말을 책임질 수 없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메시지다. 올해도 상황은 비슷하게 전개되는 모양새다.
 
트럼프 당선인의 ‘코리아 패싱’ 움직임은 그의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6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일본, 중국, 북한 등 정상과의 회담 가능성을 거론했다. 한국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3조원)를 투자하고 1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재임 당시 특별한 관계를 가졌던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도 만났다. 당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회동 요청을 거절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두 사람을 만난 뒤 입장을 선회했다. 취임 전 이시바 총리를 만날 수 있다는 방향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해 “내 친구였고 놀라운 사람”이라며 그를 자신의 취임식에 초청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해서는 “내가 잘 지내는 또 다른 사람”이라며 직접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전문가들도 내년 1월 트럼프의 공식 취임, 북·러 군사협력 가속 등 급변하는 세계 정세 속에서 한국 소외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17일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대담에서 “한덕수 한국 대통령 권한대행이 트럼프 당선인과 나란히 다자회의에 참석한다면 만날 수 있겠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가거나 반대의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봤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도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 관세와 우크라이나 외교, 북한과 중국 문제에서도 매우 빠르게 움직일 텐데 한국은 현재의 위기 때문에 온전히 선출된 행정부가 없다는 사실이 매우 불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탄핵 정국으로 외교 공백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제 민·관·정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시도해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응할 대북 특사 임명이 시급하다.
 
2016년 12월 트럼프 1기 출범 전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방미 특사단장으로 미국을 찾았던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는 국회 차원의 ‘의원 외교’를 강조했다. 그는 전쟁기념사업회가 주관하는 용산포럼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하루빨리 특사단을 구성해 북핵을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우리의 분명한 입장과 의지를 시급히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최근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10~15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에서 승리한 후 한국의 정치인이나 외교관, 기업인 등을 통틀어 직접 대화를 나눈 사람은 정 회장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16일부터 21일 오전까지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이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 머물러왔다.
 
그는 수년 전부터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깊은 교분을 쌓아왔다. 이번 방문도 트럼프 주니어의 초청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트럼프 주니어는 차기 행정부의 인선이나 정책에서 ‘막후 실세’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주니어와 친분이 깊은 정 회장이 트럼프 2기 동안 한·미 관계 발전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공식적인 관계보다 개인적 친분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당시 주요국 정상 중 아베 전 총리를 가장 먼저 만났다. 두 사람은 집권 내내 서로의 이름을 부르고 골프를 같이 치며 밀착했다. 그 결과 트럼프 1기 때 일본이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을 맞지 않았다는 일각의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번에 일본 총리와 회동하기로 한 것도 고인이 된 아베의 부인 덕이었다는 게 일본 언론들의 평가다. 우리도 기업인·경제인 등 미국의 새 행정부와 선이 닿는 네트워크를 총동원해야 한다.
 
 
사진조재형 기자
[사진=조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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