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 때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투입한 계엄군 주요 사령관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있다.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군 내부 사조직인 ‘하나회’를 척결했던 1993년을 떠올리게 한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17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 등을 받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대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전했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지난 14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에 이어 16일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이상 육군 중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여 사령관은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때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 지시로 국회와 선관위에 병력을 보내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 체포, 중앙선관위 전산 서버 확보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곽 사령관은 특전사 예하 707특수임무단과 1공수·3공수·9공수 병력을 국회와 선관위로 보냈고, 이 사령관은 수방사 예하 군사경찰단과 1경비단 병력을 국회에 파견했다.
2000년 출간된 <김영삼 대통령 회고록>에는 하나회를 척결한 1993년 당시 상황이 자세히 담겨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 출범 11일째인 3월 8일 권영해 국방부 장관과 청와대 관저에서 극비 회동을 한 후 당시 하나회 실세였던 김진영 육군참모총장(육사 17기)과 서완수 기무사령관(육사 19기)을 전격 해임했다. 당시 청와대 비서진도 몰랐을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기무사와 함께 ‘실세 3사’인 수방사·특전사 사령관을 4월 2일 교체했고 이어 12·12 사태 관련 고위 장성 해임 결정 등 중·소장급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어졌다. <대통령과 국가경영>에는 4개월간 장성 50여 명과 장교 1000여 명이 옷을 벗었다고 적혀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영삼 전 대통령 본인 의지가 워낙 강했고, 국민이 직간접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에 속전속결로 하나회를 척결할 수 있었다”며 “국민의 지지만큼 강력한 안보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