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에 대한 반도체업계 관계자 말이다. 반도체 패권경쟁을 놓고 국가 간 신경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다른 나라 기업들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유연근무제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주 52시간 틀에 갇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반도체 산·학·연 관계자들은 '주 52시간 예외 조항'을 신속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2나노(㎚) 시험 생산 수율이 60%를 넘어 내년 상반기 중 양산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TSMC의 개발 속도가 삼성전자보다 조금 더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3나노 공정에서도 삼성전자보다 빠르게 시장을 장악하면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4.9%로 전 분기 대비 2.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1.5%에서 9.3%로 하락하면서 두 회사 간 격차는 55.5%포인트로 벌어졌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잡은 TSMC는 1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2760억6000만 대만달러(약 12조1500억원)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실제 반도체 업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월평균 근무시간은 156.2시간으로 대만 근로자 월평균 근로시간인 180.3시간(2024년 8월 기준)보다 24시간 이상 적었다. 타국 대비 뒤처진 근무시간이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대만을 비롯한 미국, 일본 등 경쟁국들 또한 반도체 연구자 등 고숙련 화이트칼라 인력은 근무시간 규제 적용 시 예외로 둔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미국, 대만, 일본 등 해외 경쟁사 사례들을 언급하며 "이들은 유연 근무제를 일찌감치 시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 속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은 주 52시간을 맞추느라 강제로 퇴근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시장에서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테크기업들을 중심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하는 이른바 '996' 관행을 넘어 주 7일 동안 24시간 일하는 '007' 근무까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도체업계는 지난달 말 국내 반도체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현행 근로시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난도가 높은 반도체 연구개발은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집중력이 요구되며, 생산 측면에서도 고객사의 발주량 변화 또는 품질 이슈 등에 따라 업무량 변동이 잦은 특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홍상진 명지대 교수는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한 R&D 중요성이 매우 크다"며 "국가의 적극적 지원과 자유로운 연구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이미 헌법재판소로 넘어간 만큼 국회는 민생을 보고 급한 일(반도체특별법)을 먼저 처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