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후 대외적으로는 차분하면서도 내년도 비상 경영계획 수립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관세 장벽'을 예고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탄핵이라는 암초를 만나 국가 무역 전략이 부재한 상황인 만큼 주요 경영진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탄핵 가결 이후 대통령의 궐위가 길어지면서 경제적 신인도 하락, 외교 관계에 따른 수출 영향, 환율 동향 등에 주시하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계엄 선언 이후 탄핵 가결까지 경영진이 수시로 회동하면서 대내외 상황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내년 경영계획 수립 시기와 탄핵 정국이 맞물려 침울한 분위기지만 모두 긴박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내년 경영 목표를 수립하기 위한 글로벌 권역본부장 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미국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수출 전략과 해외 권역별 판매 목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내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의 공세와 미국 전기차 보조금 폐지, 관세 인상 등 '삼중고’에 처했다. 정의선 회장은 '불확실한 시대, 최고의 수비는 공격'이라는 경영 기조에 따라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합종연횡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차량 내비게이션, 인포테인먼트 향상을 위해 구글과, 내연기관 전기·수소 등 친환경차 기술 확대를 위해서는 GM과 협업한다.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 강화를 위해서는 베이징자동차(BAIC)와의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에 11억 달러(약 1조6000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LG그룹도 최근 구광모 회장 주재로 사장단 협의회를 열고 내년 중장기 경영 과제를 논의했다. 경영진은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과 중국 기업들의 위협에 대한 각 계열사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LG전자도 이달 조주완 대표이사 사장 주재로 국내외 임원 300여 명이 모이는 확대 경영회의를 개최하고, 신설된 HVAC(냉난방공조) 사업본부 경영전략, 해외 각 권력별 판매목표 등을 수립할 예정이다.
특히 기업 오너들은 계엄 사태가 촉발한 한국 시장의 불확실성 확대를 우려하는 해외 임직원들과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소매를 적극 걷어붙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12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방문해 임직원들에게 "내년에는 도전 과제가 많지만 이를 극복하고 기대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며 "우리는 현대차그룹이라는 자긍심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활동이 거시경제 영향을 직접 받다 보니 불확실성에 대응해 챙겨야 하는 것이 많다"며 "해외에도 임직원들과 고객, 투자자들이 많아 이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상황을 잘 설명하고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