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가 오히려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국가정보원 전직 간부 A씨는 10일 아주경제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A씨는 오랜 기간 국정원에서 국내 정보 분야를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박정희 정권 이후 45년 만에 발생한 계엄 사태가 민주화를 이룬 현재 대한민국 제6공화국 체제에서 쿠데타가 더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우선 이번 사태를 "친위(親衛)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쿠데타 시도는 결과가 불발이든, 성공이든 대개 정치적 민주 발전을 후퇴시킨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우리나라 정치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상계엄 당일에도 1공수여단 등 무장 병력이 국회의사당으로 침투하고, 경찰이 국회 출입구를 봉쇄했는데도 현장 일선에 투입된 지휘관들과 병사들의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유혈 사태 등 최악의 상황으로 번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A씨는 "향후 대한민국에서 강압적 군사 쿠데타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특히 "장성급은 움직일 수 있어도 대대장급 이하와 부사관, 병사들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쿠데타의 실행력이 없다는 점이 입증됐다"며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군 통제가 쉽지 않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가 10차 개헌의 결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1987년 6월 항쟁 이전까지 정치가 불안정했으나, 6·29 선언 이후 헌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30년간 안정기를 맞았다"며 "이번 계엄 사태도 그와 같은 효과를 낼 것이다. 피해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987년의 6·29 선언은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표위원이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수용한 역사적 사건이다. 이는 군사 독재 종식을 사실상 공식화한 것으로 민주화의 전환점이 됐고, 이후 한국 정치는 장기적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A씨는 "이번 계엄 사태 역시 새로운 정치 체제를 구축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개헌을 통해 더욱 성숙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기회"라고 언급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제기하는 '제2의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해서는 "설득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육군 특수전사령관, 수도방위사령관, 육군참모총장 등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어느 누가 따르겠느냐"며 "민주당의 정략적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이번 쿠데타 불발은 한국 정치에 악영향을 미치기보다는 개헌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등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1~2개월의 과도기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정치가 발전하는 방향"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