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한 사립대에 재학 중인 일본인 여학생(21)은 지난 3일 밤부터 4일 새벽에 걸쳐 발생한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유튜브로 지켜봤다. 평소 한국 문화를 즐기며 한국 사회에도 관심을 가져온 터라 이날의 일들에 눈을 뗄 수 없었다. 지인들과 실시간으로 연락하며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하룻밤 사이에 해제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학생은 “비상계엄이 내려진 직후 한국 국민들과 국회의원들이 의회와 거리로 순식간에 모여드는 장면이 놀라웠다. 일본이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이 같은 자국민의 모습을 보도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6일, “일본 헌법에는 비슷한 (계엄) 규정이 없고 정치 구조도 크게 다르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삶과 겹쳐 보며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요코하마시에 사는 50대 직장인 여성은 4일 엑스에 “(현지의) 중계를 가만히 지켜보던 심야를 잊지 않고 싶다”고 적었다.
아사히에 따르면 여성은 이날 새벽 수천 명의 시민이 국회 앞에 모이는 모습을 인터넷 중계를 통해 보았다. 그는 “우리는 (총리 관저 등이 있는) 나가타쵸로 달려갈 수 있을까 생각했다”고 소감을 남겼다.
다른 일본인 남성(26)은 “‘만약 일본에서 이런 사태가 일어난다면’과 같은 생각이 들어 잠을 이룰 수 없게 됐다”고 글을 올렸다. 그는 ‘민주주의는 쉽게 끝날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선거를 치를 때마다 유언비어와 비방이 난무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민주주의가 조금씩 망가져 가고 있다’고 느꼈던 만큼 이번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가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도쿄신문은 계엄 규정이 제국 시대 만들어진 메이지 헌법에 있다가 사라졌지만, 한국 계엄 사태를 계기로 일본에서도 유사시 정부에 권한을 집중시켜 시민 권리를 제한하는 ‘긴급사태 조항’ 도입을 둘러싸고 찬반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집권 자민당은 지난 9월 결정한 개헌 쟁점 정리안에서 대규모 재해나 무력 공격, 감염증 만연 등을 ‘긴급사태’로 규정하고, 긴급사태 발생 시 정부가 법률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 긴급 정령을 국회 의결 없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사회민주당 후쿠시마 미즈호 대표는 지난 4일 엑스에 “계엄령도, 자민당이 만든 긴급사태 조항안도 민주주의를 파괴해 국회를 무시하고 없애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