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내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규제 문턱을 낮추고 있지만, 치솟는 공사비에 상당수 사업장의 공정이 지연되거나 멈춰서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공사비 갈등 해결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종 공공지원안을 내놓고 있지만, 악화되는 사업성 앞에서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장위자이 레디언트) 재개발 사업의 적정 공사비 규모를 두고, 시공사와 조합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공사인 GS건설이 공사비 480억원 인상을 요구하고 공사 중단을 예고하는 현수막을 내걸면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울시가 갈등 중재를 위한 코디네이터를 현장에 파견했지만, 시가 제시한 200억원 수준의 공사비 중재안을 시공사가 거부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는 일부 공사비 항목을 들어 최소 300억원 이상에서 중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공사 측은 일부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추가적인 공사비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항목 일부분에서 합의가 이뤄졌지만 전체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면서 전체 공사비 규모에서 여전히 이견이 있어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공공의 중재 노력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용산구 ‘이촌현대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시는 지난 10월부터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 중재를 위한 코디네이터를 현장에 파견했다. 앞서 시는 지난 6월 재개발·재건축에 이어 리모델링 사업에도 코디네이터 파견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양측이 산정하는 공사비 규모 차이가 커 두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답보 상태다. 해당 사업의 시공사로 참여 중인 롯데건설은 지난 4월 설계변경과 물가 상승을 들어 공사비를 기존 2727억원에서 4980억원으로 인상한 바 있다. 아울러 공사기간 연장을 두고도 이견을 보여 협의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자재 가격과 고금리,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 갈등이 급증하면서 서울 등 지자체가 코디네이터 파견은 물론, 공사비 검증 시스템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공사비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큰 실효성을 보기는 힘들다는 것이 일선 현장의 반응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00을 기록한 건설 공사비지수는 지난해 평균 127.9을 기록했으나, 올해 9월에는 130.45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시의 공공지원 등이 성격상 법적 구속력을 갖추기는 어려운 만큼 보다 전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공익기구가 별도로 신설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공사비 갈등이 집중된 서울시를 중심으로 조합과 시공사의 이해관계를 전문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공공기구를 새로 도입해야 한다”며 “조례에 기반해 조정위원회 등의 형태로 원가 등에서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전문적인 별도 협의가 가능한 기구를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