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 상황을 실시간으로 타전하며 대서특필했다. 특히 비상계엄 선포라는 이례적 조치로 한국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며 계엄령의 배경과 향후 정치적 파장에 주목했다.
AP통신은 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직후 긴급속보를 전하면서 “한국의 계엄 선포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놀라운 움직임은 1980년대 이후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권위주의적 지도자를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의 3일 밤 예정에 없던 방송 연설을 통한 계엄 선포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에서 정치적 혼란을 일으켰다”며 “윤 대통령의 책략은 하룻밤 사이 역효과를 냈으며 4일 해가 뜨기 전에 (윤 대통령이) 물러섰다”고 보도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의 이례적인 선포는 많은 한국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며 “1980년대 후반 한국이 민주주의로 전환하기 전에 한국에서의 군사적 통치 방식에 대한 고통스러운 기억을 끄집어내게 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윤 대통령의 단명한 계엄령 선포는 바닥난 대중적 인기에 직면한 가운데 실행한 처절한 도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권위주의 향수에 빠진 윤 대통령은 적어도 한국 정치 진영의 일부가 이에 호응할 것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여당을 포함한 국회가 만장일치로 그의 선언을 뒤집은 것은 그의 계산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이번 사태가 “한국을 혼란에 빠뜨렸고 윤 대통령의 미래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시험했다”고 평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날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내년 예산안 국회 심의에서 야당이 반발하는 데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 조야에서는 윤 대통령의 정치적 생명이 불확실하다며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이날 홈페이지에 “4일 새벽 계엄령은 해제됐지만 윤 대통령의 국내적 생존 가능성은 현재로는 불확실하다”며 “윤 대통령의 (정치적)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북한이 한국의 정치·사회적 혼란을 틈타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CSIS는 “북한 성명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북한은 윤 정권에 대한 선전 목적으로 이번 혼란을 이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