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데 이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여야의정 협의체까지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12월 위기설'이 피어오르고 있다.
당 내부에선 '친한(친한동훈)계'가 '친윤(친윤석열)계'의 공세에 대한 대응 성격으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 가능성을 일부 열어놓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미미한 터라 한 대표의 존재감이 점점 작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한 대표의 자평과 달리 협의체는 출범한 지 20일 만인 전날 활동을 멈췄다. 정부의 의료 개혁 추진 과정에서 촉발된 갈등을 해소할 목적으로 '개문발차'했지만, 핵심 사안인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평가다. 여당은 협의체가 '휴지기'를 갖는 것이라며 좌초설을 일축한 반면, 의료계는 정부 태도에 불만을 느끼고 있어 재참여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친윤계가 합심해 공략하고 있는 당원 게시판 의혹도 한 대표에게 상당한 불안 요소다. 친한계 한 당직자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친윤계가 주장하는 여론 조작을 하려면 대형 포털에서 하지 왜 폐쇄적인 당원 게시판에서 하겠느냐"며 불필요한 분란을 털고 정국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계파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자 한 대표와 친한계는 기류를 바꿔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전략적 유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다만 수사 대상에 윤석열 대통령이 포함된 해당 특검법이 시행될 경우 여권 내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실제로 재의결에서 이탈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친한계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오는 10일 예정된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과 관련해 "최소 2~3일 전에는 한 대표도 입장을 결정하지 않을까 보여진다"며 "이건 일부 언론에서 해석하듯 당원 게시판 소동을 일으킨 쪽에 대해 좀 조용히 했으면 좋겠다는 경고의 사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친윤계가 의도적인 의혹 제기로 당내 단합을 저해한다고 보고, 특검 가능성을 전략의 일부로서 남겨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러나 취임 6개월 차에 접어든 한 대표가 연말 안에 정책적 성과물을 내고 분위기 반전에 성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거대 야당의 감액 예산안에 대한 국회 본회의 단독 처리를 놓고 전운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지휘권'을 당 지도부가 아닌 원내 지도부가 행사하는 것도 한 대표의 영향력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집권 여당 당대표가 엄중한 사안을 카드로 이용한다, 안 한다 말씀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꾸 남의 이야기하듯이 야당이 흔드는 술책에 말려들면서 부화뇌동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 친한계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