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시작 한 달 만에 주요 시중은행에 1000억원 가까운 자금이 순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사 간 갈아타기가 쉬워지며 증권사로 자금이 대거 유입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은 결과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된 10월 31일부터 11월 28일까지 실물이전을 통해 적립금 954억원이 늘어났다. 4750억원이 증권사 등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동했으나, 5704억원이 새로 유입됐다.
퇴직연금 세부 유형별로는 자금 유입과 유출이 다소 엇갈렸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DB형은 5대 은행 합산 2556억원이 전입되고 1092억원이 전출되면서 1462억원이 순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DC형은 1372억원 전입, 1478억원 전출로 106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IRP는 1776억원 전입, 2180억원 전출로 404억원 순유출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금 액수가 정해져 있는 DB형은 대기업 호봉제 직원에게 유리해 금융기관 안정성이 높은 은행을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며 "IRP는 수익률을 좇아 조금 더 자유롭게 옮길 수 있는 구조여서 고객들이 증권사 쪽으로 움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5대 은행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잔액은 한 달 새 1조7000억원가량 늘었다. 퇴직연금 합산 잔액은 10월 말 179조1077억원에서 지난달 28일 180조8028억원으로 1조6951억원 증가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증감은 실물이전 외에도 신규 가입과 퇴직금 지급, 추가 납입이나 중도 인출, 주가 변동에 따른 펀드 평가손익 등 복합적인 영향을 받는다. 은행 관계자는 "매년 11~12월은 연간 퇴직연금 적립 중 70% 이상이 몰리는 시기"라며 "실물 이전 서비스가 전체 적립금에 미친 영향은 크지 않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