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내건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폐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배터리 등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의 제도적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지만 보편관세 등 미국의 무역장벽 강화가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다.
29일 국회예산정책처는 제77호 NABO 포커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산업정책: 대미 투자기업을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IRA 폐지 공약은 공화당 내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했을 때 의회의 지지를 기대하기 어려워 단기적으로는 실현이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예정처는 10~20%의 보편관세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도 부과될 경우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액이 최소 152억 달러에서 최대 304억 달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제3국의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한국산 중간재 수요감소로 제3국 수출액도 74억~116억 달러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대미 투자기업 역시 보편관세로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중간재 수입 가격 상승으로 현지 생산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IRA와 '반도체 과학법'의 폐지는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대선과 함께 치러진 미 연방 상·하원 선거 결과 공화당이 양원의 과반수를 확보했지만 당내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법안처리에 비협조적일 가능성이 남아있다.
결국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입법이 아닌 행정명령을 통해 정책을 추진한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 관련 규제를 쉽게 무력화했던 것과 달리, 의회 입법 과정을 거친 IRA와 반도체 과학법의 폐지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예정처 관계자는 "관련 세액공제와 보조금은 행정명령과 시행규칙 개편 등으로 행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대미 투자기업에 불확실성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보편관세 등 미국의 무역장벽 강화는 현지 생산능력을 확충해 온 우리 기업에 유연한 생산조정을 통한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