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산업부에 KDDX 방산업체 지정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모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부는 해당 서류를 바탕으로 생산능력판단기준서를 작성하고, 이르면 다음 주 업체별 현장 실사에 나서 KDDX 방산업체를 최종 지정할 계획이다. 진행 일정을 감안하면 KDDX 방산업체 지정은 해를 넘겨서 결론 날 공산이 크다.
KDDX는 오는 2030년까지 해군의 6000톤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만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두 회사는 KDDX 관련 사업을 하나씩 따내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다.
다만 이후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을 두고 갈등을 빚어 소송전과 경찰 고발 등 극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관행대로 기본설계를 했던 기업이 건조 작업까지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화오션은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보안 사고를 들어 경쟁 입찰을 통한 최종 건조 사업자 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한화오션은 지난 3월 HD현대중공업 보안 사고 관련 추가 조사 필요성을 언급하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HD현대는 한화오션을 허위 사실 적시 및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이처럼 양사가 KDDX 사업 수주를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는 것은 해당 사업에 두 기업 오너3세의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KDDX 사업이 갖는 사업 가치도 크지만, 승계 구도를 밟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에겐 이번 사업 수주가 곧 경영 능력으로 평가받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양사는 최근 국내 조선업계 글로벌 방산 시장 공략을 위한 ‘원팀’ 전략 필요성에 발맞춰 표면적으론 화해의 제스처를 취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산업부가 KDDX 사업자를 선정한 이후 양측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가 산업체를 단독 지정할 경우, 기본설계를 수행한 HD현대중공업이 KDDX를 수주하게 되지만 방산업체를 복수로 선정하면 경쟁 입찰이 진행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10조원 규모의 ‘호주 군함 수주전’ 실패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갈등으로 인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오다 보니 두 기업 모두 어쩔 수 없이 협업의 제스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산업부가 건조업체 선정을 단독 지정하든, 복수 선정하든 양측 모두 만족할 수 없어 추후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