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발전을 위해 이제는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올해 서민금융에 최대 규모 정책 재원을 쏟아부었음에도 여전히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민간 자본을 활성화하는 한편 디지털을 접점으로 더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제8회 서민금융포럼’에서는 전문가들이 좌담회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유재욱 서민금융진흥원 고객지원본부장이 좌장을 맡고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 원장, 최철 한국금융소비자학회 회장,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에 안 원장은 서민금융 질적 성장의 핵심 관점으로 크게 혁신과 포용을 언급했다. 그는 “질적 성장은 많은 사람이 안정적으로 서민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태”라며 “금융권은 사실상 모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정부 예산이 없을 때는 민간 자본이 활성화될 수 있는 종합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도 자금 흐름의 효율성에 대해 강조했다. 금융권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 은행이 조금 더 시장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고려하면 좋겠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은행을 비롯해 모든 권역이 결국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서로 보완하며 상승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질적 성장을 위해 디지털을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 구축도 제안했다. 최 회장은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고 있어 온라인 접점을 통해 서민 관련 데이터를 쌓아 서비스를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며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복지 사각지대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대응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공적 네트워크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정보도 많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소장은 질적 성장에 앞서 목표와 성과 지표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드시 복지와 금융 영역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취약계층의 부족한 생활비를 대출로 충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중증 장애인 등 정부에서 자금을 지원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에게 대출을 내주는 건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크다고 봤다.
정책서민금융의 지원 대상자는 일정 소득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조 소장은 “장기적으로 수입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사람으로 대출 대상을 한정해야 한다”며 “다중채무자는 서민금융 상품으로 대출을 내줄 것이 아니라 신용회복이나 개인회생으로 유도해 적합한 채무 청산의 길을 찾아주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