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초부터 각종 금융사고가 터지고 대규모 검사를 줄줄이 진행하며 금융감독원 직원들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 과중한 업무에 대한 보상도 미흡한 상황에 금감원을 떠나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 자발적 퇴사자(의원 면직)는 45명인데 이는 2020년 전체 의원 면직자 45명과 동일한 수준이다. 2019년(32명)보다는 올해 상반기 의원 면직자가 더 많다.
올해 금감원 직원 시간 외 근무가 늘어난 이유는 연초부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와 태영건설 워크아웃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등 사고가 줄줄이 터졌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거래소 등을 관리 감독하는 업무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 부당대출과 상호금융권 관련 검사도 이어가고 있다.
시간 외 근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배정된 시간 외 근무 관련 예산을 모두 소진한 금감원은 지난 9월 시간 외 근무 시 수당 대신 휴가를 대체해서 받으라고 공지했다. 당시 내부에서는 일이 많아 시간 외 근무를 했는데 휴가를 내고 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5년 이상 다녔을 때 진급 가능한 선임조사역(4급)만 돼도 연간 부여된 연차 중 45%밖에 쓰지 못하고 있다. 3급 이상부터는 연간 부여된 연차 중 30%도 채 쓰지 못한다.
연봉도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 금감원 정규직 직원 평균 연봉은 1억1060만원으로 나타났는데, 2019년 대비 연봉 인상액은 543만원(5.2%)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물가 상승률(12.1%)을 놓고 비교하면 사실상 삭감이다. 올해 평균 연봉 예산이 지난해(1억328만원)보다 낮은 1억298만원으로 책정된 만큼 지난해보다 연봉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직원은 "원래도 일이 많았고 다들 일이 많은 것을 알고 들어온다"며 "그럼에도 못 견디고 나가는 것은 예상보다도 업무가 과중한 데다 보상이 적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는 업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금감원은 이렇다 할 개선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단 금감원은 내년 예산·인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 원장은 이달 초 이뤄진 임원회의에서 "필요한 예산·인력이 충분히 확보될 수 있도록 금융위원회와 적극 협의하고 직원들 성과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살펴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