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확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주말 밤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드론 공방전을 벌였다. 여기에 러시아와 북한의 ‘5만 연합 대군’이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쿠르스크를 곧 공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군사적 긴장 수위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트럼프가 취임 직후 종전을 공언해 온 만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이 전선을 따라 격화하는 모양새다.
10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선 승리 이틀 뒤인 지난 7일 자택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푸틴과 전화통화를 하고 유럽 대륙에서의 평화 목표에 대해 논의했다. 트럼프는 푸틴에게 유럽에 주둔하고 있는 상당 규모 미군의 존재를 상기시키면서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확대하지 말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논의를 위해 조만간 후속 대화를 하는 데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트럼프와 푸틴 간 전화 통화에 대해 통보받았으며 이에 대해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드론 공격을 주고받는 사이 러·북 연합군이 집결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 관계자 등을 인용해 “러시아가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을 포함해 5만명의 병력을 소집했다”고 보도했다. 미 CNN은 집결한 병력 규모가 수만 명이라며 며칠 내 쿠르스크 지역의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공격을 실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러·북의 대(對)우크라이나 공세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내다봤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 중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공언했으나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는 현재 상황을 유지한 채 즉각적인 종전에 방점을 두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9월 말 유세에서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조금 (영토를) 포기했어야 했다”며 “최악의 협상도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의 종전 구상에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포기하는 내용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보낸 1000억 달러(약 140조원) 이상의 무기와 군사 원조에 대해서도 비판해 왔다. 트럼프 측근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최소 20년 유예하고 현재 전선을 동결한 채 비무장지대를 조성하는 방안 등이 종전 구상으로 거론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6일 보도한 바 있다.
한편,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 CBS 인터뷰에서 오는 13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와 백악관에서 만나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떠나서는 안 되며, 이는 유럽이 더 불안정해지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아마도 군사·기술 지원 형태로 러시아로부터 상당히 중요한 것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할 것”이라며, 그 대가는 핵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