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미래다] 암초 만난 1등 AI 메모리 국가...용인 클러스터 '물 부족'에 멈출 위기

2024-11-1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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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당댐 한계로 삼성전자·SK하닉 반도체 생산 어려움 예측

기업 자구 노력 중이지만 한계 있어

화천댐 용도 전환 등으로 공업용수 부족 해결해야

공사 진행 중인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사진연합뉴스
공사 진행 중인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가 물 부족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특히 한국 인공지능(AI) 경쟁력의 핵심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의 핵심 거점이 될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용수 공급이 현재 한강 수계 상황에선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9월 경기연구원이 발간한 '한강에 이용 가능한 물이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 핵심 용수공급원인 팔당댐의 가용 수자원량이 부족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용수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용인 클러스터는 정부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2030년대 중반까지 총 480조원을 투입해 만드는 민관 협력 초대형 산업단지다. 한국이 1등 메모리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기존(레거시) D램뿐만 아니라 AI 반도체(GPU)의 핵심 부품인 HBM D램을 양산하는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HBM은 미국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AI 산업 공급망에서 한국이 큰 지분을 차지할 수 있도록 하는 고부가가치 상품이다. AI 반도체 1위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SK하이닉스의 HBM 덕분에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진보를 지속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연구 결과 용인 클러스터 운영에 필요한 공업용수는 1일 170만톤(t)에 달하는 반면 현재 공급 가능한 수자원량은 절반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인 클러스터가 본격적으로 운영되는 2030년에는 1일 77만2000t(SK하이닉스: 57만2000t, 삼성전자: 20만t)의 용수가 필요한데, 여기까지는 팔당댐이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용인 클러스터가 완공되는 2030년대 중반에는 1일 167만2000t(SK하이닉스: 87만2000t, 삼성전자: 80만t)의 용수가 필요해져 약 90만t의 부족분을 다른 곳에서 확보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전기·스팀은 기업이 자체 LNG 발전소와 초순수 전환 설비를 구축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다. 하지만 반도체 세척·냉각 등 과정에서 필요한 수자원은 전량 국가 공급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반도체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지자체가 용수를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HBM을 앞세운 한국의 1등 AI 메모리 경쟁력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현재 수도권 주변 반도체 산단에는 1일 107.6만㎥ 공업용수가 공급되고 있고 1일 26.5㎥의 용수를 추가 공급하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가 끝나면 1일 134.1만㎥, 연 4.89억㎥의 공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용인 클러스터를 포함해 수도권 반도체 산단의 신규 물 수요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연구결과 신규 공업용수 수요는 1일 107만㎥, 연 3.91억㎥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 DB]

이상호 한국수자원학회장(부경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반도체 생산에는 정말 많은 물이 필요하다"며 "수도법에 따라 정부는 국가 산단에 공업용수를 공급해야 하는 강한 책무를 지고 있다"고 밝혔다.

부족한 공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용수 재이용 △신규 수원 개발 △현존 수원 재활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용수 재이용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생활 하수를 초순수로 정화하려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계획이 현실화하면 2030년까지 공업용수를 1일 47만㎥(연 1.72억㎥)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신규 수원 개발의 경우 정부가 북한강 수계에 1일 70만명분 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신규 댐 건설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이 계획은 연 7700만㎥밖에 확보하지 못해 반도체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인 데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현재 반도체 물 부족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소할 방안으로는 수원 재활용이 거론되고 있다. 수력 발전용 댐인 화천댐이 초당 12.7㎥를 방류하고 있는데, 이를 공업용수로 변경하면 연 4억㎥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이 교수는 "화천댐은 발전용 댐인 만큼 전기사업법을 따르고 있고 산단에 물을 공급할 의무가 없는 상황"이라며 "화천댐 저수 사용을 위한 법·제도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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