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흑백요리사' 이모카세 김미령 셰프가 말하는 셰프와 장사의 차이

2024-11-0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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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부터 요리를 시작한 김미령 셰프의 또 다른 이름은 ‘이모카세 1호’다. 김미령 셰프는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이모카세 1호’라는 별명을 가지고 흑수저 요리사로 등장하면서 ‘고등어탕국수’, 직접 구운 김 등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10대의 나이에 어머니가 운영하던 경동시장의 ‘안동집 손칼국시’의 일을 도우면서 요리를 시작한 김미령 셰프는 여전히 한자리에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모카세 김미령 셰프 사진 김호이 기자
이모카세 김미령 셰프 [사진= 김호이 기자]


20대에 요리를 시작했다. 어쩌다가 요리를 하게됐나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고 생계유지를 위해서 시작했다. 엄마가 국수 집을 운영하다 보니까 학교 다닐 때부터 설거지 하고 야채를 다듬으면서 도와드리다가 엄마가 건강이 안좋아져서 같이 하게 됐다.
 
어떤 어린시절을 보냈나
-어렸을 때는 부유한 집에서 자랐다. 무용도 하고 제 나이대에 유치원 다닌 친구들이 별로 없었는데 유치원도 다녔다. 아버지 사업이 망하고 혈압으로 쓰러지시면서 많이 힘들어졌다.
 
원래 꿈이 발레리나였다고 들었다. 가정형편으로 인해 꿈을 접은 게 아쉽지는 않은가
-예전에는 굉장히 아쉽고 원망도 많이 하고 힘들었다. 지금은 전혀 아무렇지 않고 내 직업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든다.
 
김미령 셰프의 하루일과가 궁금하다
- 새벽 4시반에 눈을 떠서 물건을 주문 하고 집안 일 하다가 경동시장에 있는 안동집에 출근을 한다. 점심 장사가 끝나면 3시쯤 즐거운 술상에 와서 밑반찬 준비 하고 5시부터 8시까지 영업을 한다. 정리 하고 치우면 영업이 끝난다.
 
김미령 셰프에게 출근과 퇴근의 의미는 뭔가. 일하는 게 재밌나
- 재밌다. 굉장히 감사한 게 지금 하는 일이 지치고 힘들면 슬프고 속상할 텐데 다행히 즐겁다. 힘은 들어도 재밌어서 일을 하니까 힘든 건 중요하지 않다.
김미령 셰프는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 예약문의가 하루에 수백통씩 온다 사진 김호이 기자
김미령 셰프는 흑백요리사 출연 이후 예약문의가 하루에 수백통씩 온다. [사진= 김호이 기자]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사는 건가
- 예전에 저 혼자 했던 이유가 형편이 좋지 않아서였다. 사람 한명 더 고용하면 인건비가 들기도 하고 아이와 부모님 생각하면서 일을 했다. 지금은 익숙해져서 뭔가를 안 하면 이상하다.
 
일을 하면서 힘들었던 시기는 언제였고 다시 일어나게 해준 건 뭔가
- 가족이다. 아이 임신했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국수집에서 일하던 중에 아이 낳으러 갔었다. 아이를 낳고는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같이 있어주지 못했던 게 미안하다.
 
장사와 셰프의 차이를 뭐라고 생각하나
- 장사는 돈만을 생각하는 거고 셰프는 주방의 온기를 손님들에게 전하는 것이다.
 
김미령 셰프만의 철학이 있나
- 최선을 다하는 건 당연한 것이다. 매일매일 찾아와주시는 분, 안동집 손칼국시는 40년이 넘는 단골들도 있다. 중학생 때 책가방 메고 다니면서 엄마 도와드릴 때부터 오시던 분들도 있다. 90세가 넘으신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의 취향을 항상 기억해서 대접해드린다. 어떤 분을 호박을 많이 넣는 걸 좋아하시고 어떤 분은 국물 없이 드시는 걸 좋아하신다.
특별한 뭔가보다 저희 가게를 오랜시간 찾아주시는 분들에 대한 보답은 취향을 기억하고 거기에 맞게 대접해드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자녀가 셰프가 되고 싶다고 하면 추천할건가
- 그건 자신의 선택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게 아니다. 부모로서 도와줄 수는 있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어쩌다가 흑백요리사에 출연하게 됐나
- 섭외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흔쾌하게 수락하지는 않았다. 일을 해야 되는데 오래 촬영을 하면 가게에 누가 되니까 처음에는 거절을 했다. 여러번 요청을 주셔서 수락을 했는데 지금은 굉장히 잘했다고 생각한다.
널리 알려져서가 아니라 똑같은 일을 계속 하면 번아웃이 오는데 흑백요리사 출연을 하면서 동기부여도 많이됐고 내가 하는 일이 멋있고 보람 되는 일이라는 걸 느끼면서 제 삶의 전환점이 됐다.
 
시즌2 제안이 오면 나갈건가
- 너무 힘들어서 다시 하지 않고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가게를 운영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제일 중요한 건 좋은 경험이었기 때문에 저보다 어린 셰프님들께 그 자리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흑백요리사는 김미령 셰프에게 어떤 프로그램이었나
-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뭔지를 확실히 일깨워준 프로그램이었다. 이 세상에 너무 멋있고 훌륭한 셰프님들이 많다는 걸 느끼면서 내 위치에서 안주하지 말고 더 노력해서 돈 버는 것보다 한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생각하면서 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흑백요리사를 통해 달라진 일상이 궁금하다
- 일상은 달라진 게 없다. 예약 문의가 많이 오지만 '즐거운 술상'이라는 이름처럼 즐거운 술상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약 받는 시스템도 똑같다. 그렇지만 제가 한복을 입고 캐릭터가 독특하다 보니까 많이 알아봐 주신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 감사할 정도로 많은 셰프님들이 도와주셨고 같은 팀이 돼서 요리를 하는 게 좋았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김미령 셰프가 화제가 된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한국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 먹어왔던 반찬을 만들어서 인 것 같고 해외에서 인기를 끈 이유는 한복을 입고 K푸드에 대한 관심 때문인 것 같다.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있나
- 재료를 속이지 않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면서 항상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서 양심에 어긋나지 않고 온기가 담긴 음식을 만들고 싶다.
 
오래 일을 하다 보니까 단골들도 많을 것 같다. 김미령 셰프가 생각하기에 단골들이 생긴 이유를 뭐라고 생각하나
- 꾸준함인 것 같다. 즐거운 술상에 단골들이 많은데 참새 방앗간 같이 편하게 찾아왔으면 해서 만든 거였다. 하루 일과 끝나고 편하게 앉아서 따뜻한 음식에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취지로 가게 운영을 해서 단골 손님도 많아졌다. 단골 손님들과 야유회를 가기도 한다. 공간 확장 제안이 많이 오는데 그렇게 되면 즐거운 술상의 매력이 사라질 것 같다. 10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건 꾸준하게 저희를 찾아주시는 손님들 덕분이다. 살면서 그런 걸 저버리면 삶의 질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자녀들의 친구들 반응은 어떤가
- 너무 좋은 것 같더라. 아들이 고3인데 조리 학교를 다니는데 그래서인지 더 좋아해주는 것 같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김미령 셰프의 요리에 있어서 맛보다 중요한 건 뭔가
- 그 음식을 만든 사람의 마음이다. 그 음식을 누구한테 줄지 생각하면서 만들면 먹는 사람의 취향에 맞춰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익보다는 손님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게 운영을 하면서 기름들을 식자재용을 사용하지 않고 방앗간에서 다 짜서 쓴다. 모든 음식은 기본이 되어 있어야 한다. 떡볶이를 해도 시판용을 쓰지 않고 직접 소스를 만든다.
 
한식의 기본은 뭔가
-재료다. 고추장, 된장, 간장을 제대로 된 걸 쓰면 맛이 없을 수 있다.
 
김미령 세프의 인생은 어떤 맛인가
- 오감이 다 있다. 예전에는 쓰기도 했고 실 때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엄청 달달하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손님들이 본 김미령 셰프는 어떤 이미지인가
- 단골 손님들한테는 편안한 언니, 누나 같은 사람인 것 같다.
 
어쩌다가 이모카세 1호라는 호칭을 얻게 됐나
- 제가 이모카세 1호로 불리게 된 이유는 유명한 유튜버가 촬영을 왔는데 너무 잘 드시더라. 서비스로 짜파게티도 해드리고 떡볶이도 해드렸는데 그러다 보니까 이모카세 1호가 됐다.
 
조카한테는 어떤 이모인가
- 고모보다 이모가 편하지 않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편한 이모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김미령 셰프가 경험한 셰프라는 직업은 어떤 직업인가
- 항상 초심을 잃지 않고 변함 없고 변동 없이 꾸준히 하는 것이다. 손님이 10년만에 왔어도 여전히 잘먹고 갔다는 말을 듣는 게 셰프다.
 
김미령 셰프님에게 잘먹고 잘산다는 건 어떤 의미인가
- 늘 해오던 걸 변동 없이 꾸준히 하는 게 잘 먹고 잘사는 거다. 아이가 먹고 싶은 걸 사줄 수 있는 게 잘 먹고 잘사는 거다.
 
셰프로서 김미령, 사람으로서 김미령은 어떤 사람인가
- 성격상 똑같다. 사람으로서도 의리가 있어야 하고 내 자신에게 쪽팔린 걸 제일 싫어한다. 내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는데 나서는 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자기 자신을 제대로 갖추고 상대방을 대하는 게 중요하다.
 
MBTI가 어떻게 되나
-ENTJ다. 완전 계획적이고 순간순간에 결정하는 걸 안좋아한다.
 
직업병이 있나.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나
- 식당에 가면 어떤 재료를 썼는지, 단가가 어떻게 되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외식도 많이 하나
- 한 달에 두 번 정도 한다.
 
언제 가장 행복한가. 행복의 기준이 있나

- 지금 살고 있는 게 행복의 기준이다. 하루일과를 마무리 하고 오늘 하루도 불편함을 느낀 손님 없이 가신 후에 가족들과 저녁 먹을 때 제일 행복하다.
김미령 셰프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김미령 셰프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 김호이 기자]


김미령 셰프의 꿈은 뭔가
- 자긍심을 잃지 않고 지금 이 상태로 온기있는 음식 내놓으면서 살아가는 거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해 김미령 셰프만의 방법이 있나
- 열심히 하는 거다. 항상 그 자리에서 똑같이 하려면 변함이 없어야 된다.
 
마지막으로 희노애락의 삶을 살아가며 오랫동안 행복을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열심히 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건 없다. 지금의 현실이 힘들고 불편하고 하기 싫을 때도 있을 거다. 열심히 살다보면 곧 결과가 따라올 거다. 저도 그랬다.
김미령 셰프와 사진 김호이 기자
김미령 셰프와 [사진= 김호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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