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테크로드'의 역습·①] 미국, 중국 밀쳐내자 중국산 저가제품이 몰려왔다

2024-11-05 07:00
  • 글자크기 설정

중국 수출액 제재 전에 비해 급등

우회수출로 통해 전 세계에 나가

보조금과 기술력도 증가세 견인

"중국 업체들만 생존할 수도" 우려

v
 
v
 
<편집자주> 값싼 공산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던 중국이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과 함께 방향을 틀었다. 생산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항해시대 이전 동서 교역 루트이던 '실크로드'를 넘어 전 세계를 아우르는 '테크로드'를 만든다는 전략이다. 국경을 넘나들며 기세 좋게 테크로드를 확장하는 중국의 공습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의 대응 전략은 무엇일까.

 [이코노믹데일리] 미국과 유럽이 고강도 관세로 중국의 수출 정책을 압박하고 있지만, 전 세계 무역 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갈 수록 커지고 있다. 우회수출로를 확보해 수출 물량 밀어내기에 나선데다 보조금으로 확보한 기술력으로 제품 경쟁력까지 강화했다. 여기에 저렴한 가격도 앞세웠다. 중국산 수출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관세청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가 지난달 15일 공개한 월별 수출입 통계에 의하면, 중국의 지난 9월 수출액은 3037억 달러(약 419조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2967억 달러(약 409조원)에서 70억 달러(2.4%) 늘어난 수치다.

중국의 수출액 증가 추세는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부터 대(對) 중국 고관세 정책을 실시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수출액 추이를 살펴보면 2017년 2조4242억 달러(약 3342조원)에서 2018년 2조6556억 달러(약 3661조원)로 2314억 달러(9.5%) 증가했다. 2019~2020년엔 팬데믹으로 수출이 잠시 정체됐다가 2021년 3조5541억 달러(약 4896조원)로 2017년 대비 1조1299억 달러(46.6%) 성장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의 견제에도 수출이 꺾이지 않는데 다양한 이유를 들었다. 먼저 미국의 견제를 우회수출로 극복했다.
중국 산둥성 옌타이 항구에서 BYD 전기차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중국 산둥성 옌타이 항구에서 BYD 전기차가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AFP, 연합뉴스]

한국무역협회에서 지난 5월 발간한 '중국의 대 미국 우회수출 추이 분석' 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베트남과 멕시코를 거점으로 삼아 미국 수출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에서 중간재를 만들어 넘기면 현지에 진출한 중국계 기업이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수출하는 방식이다.

중국이 베트남에 우회수출한 규모는 2016년 182억 달러(약 25조원)에서 2022년 468억 달러(약 64조원)로 157.1%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멕시코 우회수출액은 163억 달러(약 22조원)에서 378억 달러(약 52조원)로 131.9% 상승했다.

특히 2021년 베트남으로 향한 전체 우회수출액 470억 달러(약 65조원) 중 미국을 최종 목적지로 둔 액수는 34.0%(160억 달러)에 달했고 멕시코도 같은해 전체 우회수출액 366억 달러(약 51조원) 중 71.8%(263억 달러)가 미국에 흘러갔다.

막대한 보조금이 중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이 됐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미국에 수입길이 막힌 중국의 첨단 제품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을 받아 기술력을 키우면서 자가발전했다.

대표적인 산업이 반도체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반도체 사업기금을 5년 단위로 조성해 자국 반도체 산업을 지원해 왔다. 앞선 1, 2기 기금을 합치면 3429억 위안(약 66조원)이다. 올해 조성된 3기 반도체 투자기금도 3440억 위안(약 66조원)에 달했다.

사업기금은 미국이 지난해 중국으로 향하던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기업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 반입을 막았을 때도 해결사로 나섰다. 투자를 통해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핵심 장비인 노광장비 기술을 자력으로 확보했다.
중국 상하이의 푸둥신구를 배경으로 중국 오성홍기가 휘날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중국 상하이의 푸둥신구를 배경으로 중국 오성홍기가 휘날리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반도체 외에도 중국은 지난 2009년부터 자국 전기차 업체에 1600억 위안(약 31조원)을 보조금으로 지출하며 전기차 기술력을 키웠다.

보조금이 기술력 향상으로 이어진 건 수치로도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2월 발표한 '2022년도 기술 수준 평가 결과안'에 의하면 12대 핵심 과학기술에서 미국을 100%로 뒀을 때 중국은 82.6%, 한국은 81.5%였다. 중국이 한국의 기술력을 추월한 건 처음이다.

오종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팀 연구원은 "반도체는 보조금을 통해 생산 설비를 많이 늘려 레거시(구형) 반도체에선 염가 공략을 지속하고 메모리 반도체를 앞세워 기술력도 끌어올리는 만큼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 산업을 비롯해 미래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빠르게 앞서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학계 전문가는 앞선 상황을 종합하며 중국에 대한 압박이 오히려 중국 업체들의 시장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중국학과 교수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무역 장벽을 높이면, 중국 업체들이 보조금을 비롯한 여러 방법을 통해 환경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은 중국의 저가 공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중국 업체들만 살아남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