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제일건설과 종속회사의 자산총액은 3조9000억원 수준으로 중견 기업집단으로 분류된다. 제이제이건설은 제일건설의 최대주주 등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계열회사다.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부터 제이제이건설이 모든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제일건설은 공공택지 아파트 분양(시행사업)과 건설(시공사업)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추첨 방식으로 공급되는 공공택지 분양 입찰에 계열사·비계열 협력사들을 다수 동원해 참가시키는 이른바 '벌떼입찰' 등을 통해 확보한 공공택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며 급성장했다.
특히 제일건설은 그룹 내에서 아파트 시공사업을 단독 수행할 수 있는 신용등급·시공능력을 갖춘 유일한 건설사로 꼽혔다. 그룹 차원에서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의 시공권을 독점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반면 제이제이건설과 제이아이건설은 제일건설로부터 하도급을 받거나 소규모 관급공사를 수주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이에 제일건설은 제이제이건설·제이아이건설이 건설실적을 확보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시공권을 확보한 공공택지 개발사업 7건을 공동시공사로 선정해 공동도급 계약을 맺고 상당한 규모의 공사 일감을 제공했다.
이를 통해 제이제이건설은 2016~2020년 1574억원의 시공매출과 138억원의 시공이익을, 제이아이건설은 2017~2023년 848억원의 시공매출과 107억원의 시공이익을 각각 올렸다. 이 기간 동안 제일건설의 지원으로 거둔 시공매출이 총시공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이제이건설은 83.3%, 제이아이건설은 49.3%에 달했다.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제이제이건설은 2016년 1337위에서 2020년 205위, 제이아이건설은 2017년 546위에서 2023년 405위로 크게 올랐다.
특히 공정위는 두 회사가 상당한 규모의 건설실적을 확보해 공공택지 분양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공공택지 1순위 청약자격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었고 실제로 공공택지 추첨에 당첨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제이제이건설은 2018년 배당을 통해 총수 일가에 100억원 가량을 지급하기도 했다.
이에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제일건설 48억45백만원, 제이제이건설 31억4800만원, 제이아이건설 16억9600만원 등 총 96억8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유성욱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총수일가가 소유한 계열회사에 합리적 사유없이 상당한 규모의 아파트 공사 일감을 몰아줘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부당지원행위를 제재한 것"이라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 대기업집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시장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중견 기업집단의 부당지원행위를 적발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