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화하는 美·中 기술전쟁...美, 對중국 반도체 투자 통제 발표

2024-10-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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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국 투자자들의 中 첨단 기술 기업 지분 인수 제한

영향 제한적이나...미·중 기술 전쟁 격화로 불확실성↑

사진 AP 연합뉴스
[사진=AP·연합뉴스]

미·중 기술 전쟁이 다시 격화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사실상 중국 최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전면 통제하는 규칙을 내놓으면서다. 이번 규칙은 미 대선을 1주일 앞두고 민주당이 막판 중도층의 표심 공략을 위해 내놓은 것이라는 평가로, 규제 대상이 미국에 제한돼 국내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이 동맹국 참여를 언급하고,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하는 미·중 기술 전쟁 가열로 인한 불확실성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美, 자국 투자자들의 中 첨단 기술 기업 지분 인수 제한
미 재무부는 28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반도체·양자컴퓨팅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대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규칙 최종안을 발표했다. 내년 1월 2일부터 시행되는 이 규칙은 미국인 투자자가 반도체 등 첨단 기술과 관련해 중국(홍콩, 마카오 포함)에 투자 시 사전에 재무부에 알리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비롯한 홍콩, 마카오를 ‘우려국’으로 규정하면서 첨단 기술 관련 대중국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재무부는 지난 6월 이를 구체화한 규칙 제정안(NPRM)을 발표한 뒤 의견을 수렴해왔고, 이날 최종안이 발표된 것이다.

미국이 이번 규제안을 마련한 것은 미국 자본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폴 로젠 재무부 투자 보안 차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AI, 반도체, 양자컴퓨팅은 최첨단 암호 해독 컴퓨터 시스템이나 전투기 등 차세대 군사·감시 및 정보, 사이버 보안 프로그램 개발의 기본 기술”이라면서 “투자에는 경영 지원 및 투자, 인재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 같은 무형의 혜택이 동반된다. 우려 국가가 군사, 정보, 사이버 역량을 개발하는 돕는 데 사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규칙 최종안에 따르면 해당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 기업 등과의 지분 인수, 지분 전환이 가능한 채권 금융, 합작투자, 그린필드 투자(투자국에 생산시설·법인 설립) 등의 거래가 금지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테슬라가 자율주행 기술 AI 학습을 위해 중국 내 데이터센터를 개발한다는 계획도 규제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미국인이 중국 첨단 기업의 지분을 취득하게 됐을 경우 재무부에 필수적으로 통지해야 한다. 재무부는 투자보안국 내에 최종 규칙에 따른 투자 통제 업무를 다룰 부서인 글로벌 거래 사무소를 신설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레거시(범용) 반도체 관련 투자는 재무부에 통지만 하면 된다. 또한 상장 기업, 일정 규모 이상의 펀드에 대한 투자 등 일부 거래는 예외가 인정됐다. 아울러 동맹국이나 파트너들과의 대화를 통해 재무부 장관이 미국의 국가 안보 문제를 저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경우도 제외된다.
 
영향 제한적이나...미·중 기술 전쟁 격화로 불확실성↑
사실 지난 2020년 미 상무부가 화웨이를 ‘블랙리스트’(거래 제한 기업)에 올리면서 미·중 기술 전쟁이 본격화된 이후 미국 투자자들은 중국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에서 이미 손을 떼왔다. 현재 중국 첨단 기술 분야에 투입되는 자금은 대부분 중국 정부에서 나온다. 이번 규제가 미 대선을 8일 앞두고 미국의 첨단 기술 보호 명목으로 대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표심을 공략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한 벤처 투자자는 닛케이 아시아에 “지난 2~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는 투자자라면 이번 규제는 놀랄 일이 아니다”라면서 “AI, 반도체, 양자컴퓨팅은 중국 정부 자금의 집중 투자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규칙에서 ‘미국인’의 대중국 투자를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미국인에는 미국 시민·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영주권자도 포함된다는 것이다. 중국 기술 투자 분야에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 '하이구이'(海龜·해외에서 공부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다가 중국으로 돌아온 유학파) 상당수가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 닛케이는 이에 대해 “이는 잠재적으로 중국 기술 및 투자 업계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규제 대상이 미국에 제한돼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규제안이 발표된 이후 “준수 의무자, 투자 제한 대상 등을 볼 때 우리 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이 동맹국 참여를 압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백악관은 이날 “지난해 8월 바이든 행정명령 발표 이후 2년간 전 세계 이해관계자들과의 광범위한 참여를 주도해왔다”며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폭넓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기술 전쟁 격화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이날 발표된 대중국 투자 규제 외에도 미 상무부는 지난달 양자 컴퓨팅, 첨단 반도체 제조 등의 핵심 첨단기술을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임시 최종 규칙(IFR)을 발표하고 60일간의 의견 수렴에 들어간 상태다. 중국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맞서 반도체 '자립'을 모색하는 한편 희토류 등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등 '자원 무기화'에 나서고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미국이 중국에 대한 투자 제한 규칙을 발표한 데 대해 "합법적인 권익 수호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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