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 최초의 업권법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법)이 시행 100일을 목전에 뒀다. 당국의 전방위적인 규제가 이어지면서 법 시행 이후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코인 거래지원(상장)을 대폭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원화거래소는 가상자산법이 시행된 지난 7월 19일 이후 이날까지 54개의 가상자산을 상장했다. 석 달간 월평균 18개 상장한 셈이다. 올해 초부터 7월 19일까지 약 7개월간 월별로 27개씩(총 188개) 상장했던 것과 비교하면 67% 수준이다.
이는 법 시행 이후 가상자산 거래소에 상장 유지 심사 의무가 발생하면서 거래소가 상장 자체를 깐깐하게 진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법 시행 이후 6개월간 기존에 거래되고 있는 가상자산 종목에 대해 상장유지 여부를 심사하고, 그 후부터는 3개월마다 유지 심사를 거쳐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종목을 상장 폐지한다.
여기에 최근 금융감독원이 빗썸 등 거래소 현장 조사에 돌입하는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있어 새로운 가상자산을 상장하기에는 거래소와 발행사 모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법안뿐 아니라 유럽연합의 암호화자산시장법(MiCA·미카) 등 국제적으로도 새로운 규제 체계들이 도입되기 시작했다”며 “규제 도입으로 인해 코인 상장 등 새로운 프로젝트가 이전보다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법 시행 여파로 거래소 줄폐업도 이어지고 있다. 다양한 의무가 발생하면서 영세한 거래소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9월 기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중 영업을 종료한 가상자산 거래소는 총 11개사, 영업을 중단한 거래소는 총 3개사다. 사실상 14개 거래소가 문을 닫은 상태다.
상황이 악화하자 업계에서는 시장 축소를 우려하고 있다. 불공정 거래 행위 방지에 방점을 두었던 가상자산법 1단계 법안에 이어 시장과 산업의 발전을 위한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