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사가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역대급 수주 호황 속 노조 파업이 장기화되며 생산 차질에 따른 실적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조선사와 노조는 올 초부터 여러 차례 상견례를 진행했지만 임금 등에서 큰 이견을 보며 협상 타결을 이끌지 못했다. 이대로 가면 배는 잘 팔리는데, 정작 배를 만들 사람 없어 산업현장이 ‘셧다운’ 될 것이란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 중 올해 교섭을 타결한 곳은 삼성중공업 1곳뿐이다. HD현대중공업, HD현대미포, HD현대삼호, 케이조선, 한화오션 등 조선업종 노조연대(조선노연)에 속한 5개 조선사 노조는 올해 초부터 사측과 타협을 시도 중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부분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앞서 이미 8차례 부분파업을 진행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임단협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최근까지 26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사측이 실적을 반영한 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인상을 제시했지만, 노조측은 당초 노조 요구안보다 미흡하다며 제안을 거부했다.
노조 앞서 지난 5월 말 기본급 19만4800원(호봉 승급분 3만5000원 포함) 인상과 정년 연장,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근속 수당 지급 변경(근속 1년 1만원 인상) 등을 요구한 바 있다.
HD현대중공업이 최근 제시한 2차안은 기본급 12만2500원(호봉 승급분 3만5000원 포함) 인상을 골자로 △성과금 지급 기준 변경 △격려금 400만원+30만원(상품권) △임단협 타결 특별 휴가 1일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한화오션도 노조리스크에 고전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 역시 올해 5월부터 20여차례 협상을 진행했지만, 진전이 없이 부분 파업을 진행해 왔다.
다만 지난 9일 진행한 상견례에서 한화오션 노사는 ‘단체협약 의견일치안’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11일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도 합의를 끌어내면 임단협이 최종 타결된다.
현재 조선노연은 임단협을 마무리 짓기 위한 집중교섭 기간을 이달 11일까지로 정한 상태다. 만일 교섭이 실패할 경우 오는 16일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조선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선박 납기 지연으로 인한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 3사가 쌓아둔 수주잔량은 3년~3년 6개월 치에 달한다. 각 사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 743만8600만 달러(102조원) △한화오션 318억 달러(43조 7000억원) △삼성중공업 329억 달러(45조원) 규모의 생산 물량이 대기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이야 부분파업으로 당장의 선박 납기 일정에 차질을 빚진 않고 있지만, 총파업으로 가게 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며 ”조선 노조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HD현대중공업 노조 파업이 잦아들고 있다는 점이 최대 리스크“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