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조선업 협력 강화를 언급하면서, 미 해군 군함 유지·보수(MRO) 시장과 잠수함 사업을 둘러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두 기업은 각기 다른 전략을 통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해양 방위산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김동관 부회장이 오랜 시간 준비해온 전략적 사업으로, MRO 사업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은 정몽준 대주주의 뒤를 이어 정기선 부회장이 자존심을 걸고 한화오션에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두 조선사는 MRO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시장은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어 양사 모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글로벌 시장정보 분석 기관 비즈윗에 따르면, 전 세계 함정 MRO 시장은 2020년 약 566억 달러에서 2030년 705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해군의 MRO 예산은 약 139억 달러(약 20조원 규모)로, 두 조선사는 이를 통해 군함 유지보수 및 정비 사업에서 수주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수선 및 MRO 시장에서의 경쟁은 김동관 부회장과 정기선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시험하는 대리전 성격이 짙다. 정 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의 핵심인 조선업에서 1위 자리를 유지하며 그룹의 성장세를 이끌어야 하며, 대우조선해양 인수 후 신사업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하는 김 부회장 또한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우선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미군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하고, 향후 5년간 미 해상 수송사령부 소속 지원함과 미 해군 전투함에 대한 MRO 사업 입찰 자격을 확보했다. HD현대는 내년부터 미국 시장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보며 사업 가능성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화오션은 올해 미국 필리조선소 인수에 이어 12일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수주하며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했다. 이번 수주는 미 해군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으로, 한화오션은 내년 4월까지 수리를 완료하고 미 해군에 인도할 예정이다.
두 기업은 현재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자 선정을 두고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사업은 약 7조 원 규모로, 두 기업은 각종 수사와 관련된 논란 속에서 전력을 다해 경쟁하고 있다. KDDX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되며, 한화오션이 개념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기본설계를 각각 수주했다. 현재 남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수주를 놓고 양사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방위사업청은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후 수주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잠수함 사업에서도 양사의 경쟁은 격화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캐나다의 순찰 잠수함 도입 사업인 ‘CPSP’에 대해 KSS-III CA 모델을 제시하며 2026년부터 2027년 계약 체결을 목표로 본격적으로 진입했다. 반면 한화오션은 유럽, 남미, 중동 등지에서 잠수함 건조 역량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특히 남미 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폴란드 및 남미 군 관계자들이 한화오션의 거제사업장을 방문해 잠수함 건조 현장과 기술력을 확인했으며, 이는 폴란드의 오르카 프로젝트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낳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MRO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 왔으며, 올해 두 차례 수출 성과를 올렸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 발표로 MRO 사업 및 미국과의 협력 관계가 더욱 밝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