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중 최소 10명은 공천에서 배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자민당 내부의 화합을 선택하는 대신 ‘선거 표심’을 우선한 모양새다.
논의 결과 이시바 총리는 △당내 처분 가운데 '선거 비공천'보다 무거운 처분을 받은 의원 △처분이 진행 중이며 국회 정치윤리심의회에 출석하지 않은 의원 △지역구의 이해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의원 3가지 중 하나에 해당하는 의원을 공천 배제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이와 관련, 복수의 자민당 간부에 따르면 이중 첫번째와 두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하기우다 고이치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 6명의 출마를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들 6명 중 5명은 옛 최대 파벌인 ‘아베파’ 의원이다.
세번째 기준을 적용하면 더 많은 의원이 공천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 집행부 내에서는 "비공천 대상은 10명 이상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이시바 총리는 6일 비자금 문제와 관련해 “정치자금 수입 지출 보고서에 미기재한 의원은 비례대표 명부에 등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즉 정치자금 수지보고서를 부실 기재한 혐의가 있으면 공천장을 주더라도 비례대표와 지역구 중복 출마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자민당 의원 40명 안팎이 불이익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일본 선거법은 중의원 선거 때 지역구 출마 후보가 소속 정당 허가를 얻어 비례대표에도 중복으로 입후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6일, 비자금 스캔들 연루 관련 공천 원칙을 밝히면서 “저와 당4역(자민당의 핵심 간부직 4명)도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베파를 중심으로 한 일부 의원들은 이같은 결정에 “신당을 만들어 나가는 게 낫다” “이런 집행부를 믿을 수 없다. 동료들에게 채찍질을 한다고 해서 지지율은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등 강한 불만이 쏟아내고 있다.
이시바 총리가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을 공천 배제하기로 한 것은 비자금 문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여전히 팽배해서다. 중의원 선거에서 패배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내면 ‘이시다 끌어내리기’가 시작될 것이고, ‘전후 최단기간 재임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