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SKT·KT·LGU+)가 특정 이용자의 휴대전화번호가 가상번호로 제공된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통신사들이 가상번호 제공으로 연간 약 43억원에 달하는 부가 수익을 얻지만, 해당 번호의 모번호를 사용하는 이용자들 권리 보호는 미흡하다는 지적에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인천남동을)은 4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통신 3사가 본인의 휴대전화번호가 가상번호로 제공된다는 사실과 그 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의원이 통신 3사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이들 업체가 제공한 가상번호 건수는 약 1억2800만건이다. 최소 43억원의 부가 수익이 창출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신 3사 가상번호 제공 규모는 SKT가 6324만여건, KT가 3884만여건, LG유플러스가 2652만여건이다.
현행 공직선거관리규칙 25조의 5는 이동통신사업자가 가상번호를 제공하면 자사 홈페이지와 전자우편(이메일), 우편물 발송 셋 중 두 가지 방법을 통해 가입자에게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해당 규칙은 고지받은 이용자는 고지 기간 만료 20일 이내에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동의 또는 거부 의사를 표할 수 있다. 거부 의사를 표하면 통신사는 관련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구체적으로 통신 3사는 홈페이지와 통신사 애플리케이션, 고객센터 등을 통해 이용자의 가상번호 제공 거부 의사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통신 3사는 고지 의무를 충실히 했고, 위법 소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선관위도 다수 이용자가 공직선거관리규칙에 따른 고지를 받지 못했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제재로 이어지기는 힘든 상황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훈기 의원은 "가상번호 제공 수익 대비 이용자 권리 보호 위반에 대한 과태료가 적지만, 통신 3사의 이용자 보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정 제재 도입에 의미를 뒀다"며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이동통신과 관련된 이용자 보호 및 통신비 절감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