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강화 여파로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 증가분이 반 토막 나면서 부동산 시장도 숨 고르기에 들어섰다.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주택 수요자들이 원하는 만큼 주담대를 받지 못하게 되자 집값 상승 폭이 둔화하고 거래도 대폭 줄었다. 연내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대출 자체가 힘들어져 당분간 부동산 시장에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6087건으로 전달 8875건 대비 31%가량 줄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거래량 증가세가 8개월 만에 꺾인 것이다. 특히 이날 기준 9월 아파트 거래량은 1501건에 그치고 있다. 실거래가 신고기한이 이달 말까지 한 달가량 남았지만 이 같은 추세라면 거래량은 9월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옥죄어 매수를 어렵게 만들자 수요자들이 어쩔 수 없이 관망세에 들어선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에 대해 경고하자 시중은행들은 주담대 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1일부터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도 시행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 아래 연봉 1억원을 받는 직장인은 대출 가능 금액이 최대 9300만원 감소한다. 다른 대출이 없는 수도권 거주자가 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로 40년 만기 주담대를 받은 사례를 가정한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스트레스 DSR 2단계 도입을 시작으로 시중은행들의 대출심사 강화와 금리 인상 등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대출 조이기가 계속되고 있다”며 “급하게 매수하기보다 시중금리 인하 시점을 노리며 임대차 시장에 머무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 속에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집값과 가계대출 향방을 결정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지목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빅 컷’(금리 50bp 인하)에 나서면서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통상 금리 인하는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를 불러온다. 한은이 지난달 26일 발표한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낮아지면 1년 뒤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0.43%포인트 더 높아진다. 특히 서울 지역 주택가격 상승률은 0.83%포인트 더 높아져 전국 평균 대비 2배에 근접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내리면 1년 뒤 가계대출 증가율은 0.15%포인트, 1%포인트 내리면 0.6%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대출 자체를 받지 못하게 조여둔 상황이라 기준금리 인하가 시행되더라도 당분간 거래량 감소와 집값 상승세 둔화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미 집값이 상당히 오른 상황에서 대출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