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새롬의 하이부동산] 尹정부 장기민간임대주택, 뉴스테이·공공지원 민간임대와 다를까

2024-09-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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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과거 두 차례 도입된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장기민간임대주택)을 재도입하면서 시장에서는 과거 정부 때와 달리 기업의 민간임대주택 사업 참여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기대감과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이번 정부는 리츠, 증권사, 보험사 등 법인이 참여해 더 큰 규모로, 더 오래 살 수 있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28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서민 중산층과 미래 세대의 주거 안정을 위한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방안'을 발표하며 규제를 완화한 새로운 유형의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현재 민간 임대시장이 영세한 개인 중심의 임대사업자들로 이뤄져 있는 탓에 '전세사기' 등 서민 주거안정을 위협하는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자 법인이 서민에게 안정적인 임대주택을 제공하려는 취지다.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장기간 보장하는 100가구 이상의 대규모 20년 장기임대주택이다. 기존 민간등록 임대 기간은 최대 10년이었으나, 최소 20년 이상 늘리겠다는 게 골자다. 기존과 달리 세입자가 바뀌면 임대료를 시세대로 올릴 수 있고, 물가 상승률보다 더 높은 임대료 인상률도 허용한다. 

기업형 장기임대주택 제도는 앞선 두 정부에서도 도입됐지만 활성화되지 못했다. 과거 박근혜 정부 때는 임대료에 관한 모든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최장 8년간 월세로 거주한 뒤 분양 전환하는 '뉴스테이'를 최초 도입했다. 하지만 규제 완화로 인한 고가 임대료 논란이 커지며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져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뉴스테이로 공급된 임대주택 가운데 첫 삽을 뜨지 못했거나, 임차인을 찾지 못한 사례도 남아있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이름을 바꾸고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에 규제를 도입했다. 의무임대기간을 8년에서 10년으로 늘리고, 초기 임대료를 시세의 95%로 제한했다. 이때는 임대료 규제로 인해 사업성이 낮아지며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2017년 당시 국토부가 첫 민간제안 튜스테이 공급촉진지구 후보지로 선정했던 경기 오산시 청학동에 있는 쌍용제지 폐공장부지 사진국토부
2017년 당시 국토부가 첫 민간제안 뉴스테이 공급촉진지구 후보지로 선정했던 경기 오산시 청학동에 있는 쌍용제지 폐공장부지. [사진=국토부]

이번 정부에서 내놓은 신유형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은 앞서 '뉴스테이'와 '공공지원 민간임대'를 혼합한 방안으로 볼 수 있다. 초기 임대료 규제와 임대료 상한 등 민간임대법상 규제를 완화한다. 임대주택 용적률 상향 등 도시계획과 세제·금융·택지 등 지원을 확대한다. 세제 혜택으로는 법인 중과세제 배제와 취득·재산세 감면, 금융 지원으로는 전용 프로젝트파이낸싱(PF)보증과 기금 출·융자 지원 등이 적용된다. 
 
공급모델은 자율형과 준자율형, 지원형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눠 임대사업자 희망에 따라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규제를 많이 받을수록 정부 지원도 많이 받고, 규제를 없애줄수록 정부 지원은 줄어드는 구조다. 

먼저 자율형은 규제를 최소화하는 대신 지원도 줄이는 방식이다. 임대료 규제를 모두 폐지하되 중과세 배제 등 세제지원은 최소한도로 적용한다. 준자율형은 계약갱신청구권과 5% 상한을 적용하고, 기금융자와 지방세 감면 등 혜택을 추가한다. 지원형은 초기임대료를 95%까지 제한하는 대신 기금출자 등 공적지원을 확대한다. 

정부는 민간기업들의 참여가 핵심인 만큼 기업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신유형 민간장기임대주택 사업자가 임대의무기간 및 유형별 임대료 증액기준을 준수하면 법인 취득세 중과(12%), 종부세 합산·법인세 추가과세(20%) 적용도 받지 않는다. PF보증 및 기금 출·융자 등 금융지원, 취득·재산세 감면 등 세제혜택 등을 지원한다.

장기임대주택을 건설할 때 용적률을 상한의 1.2배까지 상향할 수 있게 한다. 용적률 완화에 따라 공공기여하는 공공임대 인수가격 기준은 표준건축비에서 기본형건축비의 80% 수준으로 현실화한다. 

정부는 은행과 자산운용사 외 보험사도 장기임대주택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장기임대주택 직접 보유를 통한 투자가 가능하도록 법령해석을 명확히 하고, 보험사가 장기임대주택을 보유할 경우 지급여력비율 위험계수를 25%에서 20%로 적용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베르디움 프렌즈에서 열린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추진 간담회에 앞서 민간임대주택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베르디움 프렌즈에서 열린 새로운 임대주택 공급 추진 간담회에 앞서 민간임대주택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를 통해 오는 2035년까지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을 10만 가구 이상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관건은 기업들의 참여 여부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국토부가 신유형 장기민간임대를 발표한 이후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기업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며 실패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존 민간임대주택 시장에 참여하는 사업자 중에서는 SK디앤디가 유일한 대기업 계열사로, 보통 스타트업들이 뛰어들던 분야다. 

가장 큰 열쇠는 '사업성'이다. 정부는 보험사 등 금융권의 참여를 적극 독려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금융사들이 이 사업에 참여할 만한 유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세제 혜택 등을 적용받더라도 길게는 20년간 자금이 묶이게 되므로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상 건설업계에서는 분양전환형 임대주택을 통해 5~10년간 임대를 놓다가 추후 분양 전환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최대 20년간 자금이 묶이면 불확실성이 높고 임대수익만으로 높은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국토부는 27일 서울 여의도 한국리츠협회에서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 서비스 도입방안’ 설명회를 한다. 신유형 장기민간임대주택의 주요 내용에 대한 금융업계의 이해도를 높이고 사업 투자 검토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정부가 금융권을 대상으로 장기민간임대주택에 대해 간담회를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대주택 공급은 늘어나도 임대료가 상승하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영국 등 해외에서 운영되는 임대주택들은 운영 수익을 내기 위해 대부분 고급화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초기에는 사업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고급화된 사업 모델을 도입하되, 사업이 정착되면 선택지가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간임대주택 시장이 기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시장이 극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SK디앤디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브랜드 '에피소드'로 총 2200채를 공급 중이다. 정부가 공급하겠다고 밝힌 규모(10만채)도 전체 임대주택 시장(863만채)의 1.1%에 불과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역대 정부에서 기업형 민간임대주택 제도를 비슷하게 도입했다가 실패한 사례가 있어 이번에도 민간기업이 적극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며 "특히 임대료 규제 완화 등은 민간임대주택법 개정 사항으로, 국회 통과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에 선뜻 참여를 검토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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