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이 무단 이탈한 가운데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현장 불만을 직접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현장 가사관리사 2명은 이날 이른 통금시간과 이용 가정 간 이동 시간을 애로사항으로 들었다. 당초 이탈 원인으로 지목됐던 임금에 대한 불만은 나오지 않았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24일 오전 간담회를 열어 필리핀 가사관리사 두 명 의견을 들은 후 "부족한 임금 때문에 이탈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그 부분은 (원인이) 아닌 것 같다"며 주급제 전환은 희망자에 한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필리핀 가사관리사 자스민 에리카씨, 조안씨와 서비스 제공기관인 ㈜홈스토리생활 이봉재 부대표, ㈜휴브리스 전창민 대표가 참석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자스민 에리카씨는 이동 시간을 애로사항으로 꼽으며 "한 8시간 일하면 그 가정에서 점심도 먹고, 숙소에서 그곳만 갔다오면 편할 텐데 많게는 하루에 세 가정까지 방문한다"고 했다. 또 "중간에 식사하거나 공원, 지하철역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다시 숙소까지 오기는 거리상 어렵다"고 했다. 김 실장은 "최대한 이동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지하철역 근처에 쉼터가 있는지 파악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는 시범사업으로 이달부터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을 업무에 투입했다. 이 중 2명이 추석 연휴에 외출한 후 복귀하지 않았고 아직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 이탈한 두 사람은 각각 34세, 38세로 총 6가정을 담당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각각 주 46시간, 40시간씩 근무했다. 현재 6가정 중 4가정은 대체 인력을 구한 상태다. 시는 입국 후 임금 지급 시기가 늦은 게 원인으로 지적되자 전날 월급제에서 주급제로 개선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김 실장은 이날 두 사람과 기관을 현장 애로를 청취한 결과 임금 지급 방식은 문제가 아니라고 봤다. 시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달 6일부터 이달 2일까지 교육수당 201만1440만원 중 숙소비와 소득세 등 53만9700원을 공제하고 147만1740원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200만원 좀 넘는 금액으로 굉장히 큰 금액이라고 느껴진다고 한다. 에리카씨는 자기 수당을 본국에 송금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원하는 사람에 한해 주급제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김 실장은 "오히려 월급제가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띄엄띄엄 받으면 계획적으로 쓰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현장 의견을 듣고, 고용부와 논의해서 계약서를 수정해야 하는데 (주급제에 대한) 현장 수요가 많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다자녀 가정에 우선 배치한 만큼 노동 강도 문제도 지적됐다. 조안씨가 방문하는 한 가정은 당초 20개월 아이만 돌보기로 했지만 5살 아이도 있어 두 아이를 돌봐야 했다. 김 실장은 "현재도 외국인 아이돌보미는 두 자녀는 가산수당 50%를 받는다"며 검토 의사를 밝혔다.
시와 서비스 제공 기관은 이용 가정과 갈등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김 실장은 "이용 가정에서 시간을 잘지키고 상냥하고 예의 바르다고 전해왔다. 현장은 100점 만점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고용부는 시범기간이 끝난 후에도 이들 E-9비자 취업활동기간을 3년여 동안 연장할 계획이다. 시는 가사관리사들과 간담회를 정례화해 지속적으로 소통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