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은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중소기업 기후위기 대응 등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해 "기후위기 대응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물려주기 위한 현 세대의 책무"라며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그리고 산업계와 금융계가 힘을 합쳐야만 한다. 이번 협약이 그 길을 향한 한 걸음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협약에는 금감원과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 삼성전자가 참여했다. 산업계와 금융계가 협업하는 사례도 매우 이례적이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중소기업 이자감면 대출 프로그램에 함께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법제화해 추진하고 있는 만큼 중소기업에 대해 저탄소 전환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산업계·금융계 대표 기관들이 최대 2조원 규모로 금융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지원은 5대 은행에서 중소기업 저탄소 전환 투자 등에 필요한 총 2조원 규모 대출을 저금리로 제공한다. 자금은 삼성전자 예치금 1조원과 금융회사 자체 자금 1조원을 재원으로 대출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해당 기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재원으로 협력 중소기업에 대해 기후위기 대응 투자 등을 위한 대출이자를 지원한다.
자금 목적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 부합하면 기존 대출상품 우대 감면금리(0.5~1.7%포인트)에 2%포인트 등 추가 감면 금리를 적용한다. 체계와 맞지 않아도 탄소저감·중대재해 예방 효과가 있다면 기존 대출상품 우대금리에 감면금리를 적용한다. 이를 통해 탄소 배출량은 연간 85만톤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중소기업들은 이자비용을 연간 650억원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기후위기 대응 협력 확산을 위해 산업계에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국내 금융권이 탄소중립에 필요한 자금을 적재적소에 공급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고탄소 배출 업종이면서 해외 진출이 활발한 철강(탄소 배출 비중 20.0%)·화학(8.5%) 등 업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기후위기 대응에 실패한 피해로 국내총생산(GDP)을 20% 감소시킬 수 있는 만큼 자금력과 노하우를 가진 대기업과 금융회사가 중소기업에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며 "글로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컨설팅뿐만 아니라 자금 지원 등 더욱 다양한 형태로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