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한국 배터리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들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새로운 대통령의 산업 정책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국의 경제 성장에 따른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가능성을 우려하며, 국내 배터리 업계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 앞서 사전투표가 시작됨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후보들의 정책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자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한국 기업들은 높은 진입 장벽에 직면하게 되고, 민주당 정책의 효과가 약화될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첨단 제조세액공제(AMPC)와 전기차 보조금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 기간 동안 도입된 232조 조치는 한국산 철강 수입량을 34% 감소시켰으며, 이러한 사례가 배터리 산업에도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나, 전기차 시장의 침체와 대선 불확실성으로 인해 투자 결정을 미루고 있다. LG엔솔의 경우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선 결과에 따라 전기차 지원 정책의 방향성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보조금 정책의 변화가 기업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후보가 내세우는 중국을 겨냥한 자국 내 보호조치가 국내 기업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두 후보 모두 미국 내 물가 상승과 공급망 부족 문제, 커지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력 등을 고려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 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되면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직면할 수 있는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대선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국내 인력의 미국 현지 입국이 어려워지는 점도 과제로 지적된다. 통상 국내 기업은 해외 법인이나 공장 착공 시 중국 및 국내 건설 인력을 투입해 빠른 준공을 목표로 하는데, 미국 내 비자 요건이 강화된다면 건설 및 제조라인 구성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전기차와 국내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한 '한국판 IRA'와 같은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배터리 업종은 중국의 전기차 생산 보조금, 미국의 셀 생산 보조금과 같은 국내 음극재 공장에 대한 생산 보조금을 검토해야 한다"며 "생산에 대한 보조금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