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만에 또다시 암살 위협에 노출된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암살 시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발언 내용 때문이라며 화살을 돌렸다. 이들 민주당 인사들이 자신을 겨냥해 "매우 선동적 언어"를 사용했기에 용의자가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보수 성향 매체 폭스뉴스디지털과의 인터뷰에서 "그(용의자)는 바이든과 해리스의 발언을 믿었고, 그것 때문에 행동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그들의 발언 때문에 내가 총격을 당했다"며 "내가 이 나라를 구해야 할 사람이고, 그들은 이 나라를 안팎에서 파괴하고 있는 순간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을 '민주주의의 위협'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이들은 우리의 국가를 파괴하려는 사람"들이라며 "이것을 두고 내부로부터의 적이라고 한다. 그들이 진짜 위협"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들은 연설과 나를 엮어 넣으려는 소송을 조합해서 이러한 일을 한다"며 "이것들이 그 저격범과 같이 위험한 바보들이 듣는 내용이다. 그들이 귀 기울이는 내용이고, 첫번째 저격범도 똑같다"고 강조했다. 2개월 전인 지난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 유세 현장에서 연설 중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저격했으나 실패 후 현장에서 사살당한 암살 시도범을 가리키는 내용이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을 겨냥해 "그들은 매우 선동적 언어를 사용한다"며 "나도 그런 것들을 사용할 수 있다. 그들보다 더 잘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러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는 하와이 출신의 라이언 웨슬리 루스(58)라는 남성으로, 그는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유한 골프장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 인근 철조망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AK-47 소총을 조준하다 발각돼 체포됐다.
하와이에서 작은 건자재 회사를 운용하고 있는 이 남성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이후 마음을 바꿔 지지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전에 소셜미디어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나와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과는 다르게 더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며 "그러나 우리는 모두 크게 실망했고, 트럼프는 점점 악화하면서 퇴보하는 것 같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4월에는 바이든 대통령의 엑스 계정 태그를 단 글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 유세가 "KADAF(Keep America democratic and free: 미국을 계속 민주주의적이고 자유롭게)가 되어야 한다. 트럼프는 MASA(make Americans slaves again master: 미국인들이 다시 노예가 되게)가 될 것"이라며 "민주주의 투표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는 결코 패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 주 토론회와 관련해 주최측인 ABC가 "매우 편향적이고 무질서했다"고 혹평했다. 또한 "(트럼프 공약) 프로젝트2025에 대해 거짓말한 사람은 해리스이다. 그는 낙태에 대해 거짓말했고, 모든 것에 대해 거짓말했다"고 비판했다.
양 후보 간 첫 대면 대결로 큰 관심을 모은 당시 토론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형사 기소 사실 등을 지목하며 강공으로 나온 해리스 부통령에게 주도권을 내준 가운데 수세에 몰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시청자들 상당수는 해리스 부통령이 토론회에서 승리했다는 평가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