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둔화했다. 이에 따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리는 ‘빅 컷’ 대신 0.25%포인트 낮추는 ‘베이비 컷’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고용시장 약세 징후를 이유로 연준이 빅 컷을 실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연말까지 2~3회 추가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노동부는 8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2021년 2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7월 상승률 2.9% 대비해서도 한 달 사이 0.4%포인트나 하락하며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6%)를 밑돌았다.
시장은 연준이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 중요시하는 근원 CPI 전월 대비 수치가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근원 물가 상승률이 더딘 둔화세를 보이면서 연준이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 컷을 단행할 것이라는 기대도 대폭 후퇴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금리선물 지표는 CPI 발표 직후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낮출 확률을 17%로 반영했다. 전날 34%에서 반 토막 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피터 카딜로 스파르탄캐피털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시적 현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보고서는 근원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물음표임을 보여준다”며 “다음 주 연준의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확실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리사 스터트번트 브라이트ML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완화했지만 사람들이 구입하는 물건 가격이 실제 떨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있지 않다는 의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린지 피에자 스티펠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이는 금리 인하의 문을 열려는 연준의 의도를 뒷받침한다”면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불확실성과 물가 상승의 불균형은 연준이 정책 조정에 신중하게 접근하도록 압박을 가한다”고 말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빅 컷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나왔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이 통상적인 0.25%포인트 단위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을 기본 전망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노동시장의 추가 완화에 기반해 0.5%포인트 인하를 주장할 여지가 있다”며 “그 가능성은 30%대 초반”이라고 했다. 또 솔로몬 CEO는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미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는 것이라면서 연말까지 2~3번 인하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지난 8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9월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당시 그는 “정책을 조정할 시간이 다가왔다"며 "금리 인하 시기와 폭은 향후 입수되는 경제지표, 경제 전망, 리스크의 균형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12일 공개되는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연준의 금리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도매물가인 PPI는 전월 대비 0.2% 올라 7월 상승률인 0.1%를 소폭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