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아이앤지그룹 계열사들이 서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이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전환가액 조정이 무려 20번 넘게 이뤄져 투자자들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빌리언스, 판타지오, 경남제약은 각각 20번, 8번, 9번 전환가액을 하향 조정(리픽싱)했다. 이들 세 회사는 미래아이앤지 그룹 내 계열사로 상호 출자를 통해 CB를 발행했다.
빌리언스는 운영자금과 인건비, 판타지오는 음반·드라마 제작, 경남제약은 디지털 치료제·전자약 개발비를 목적으로 자금을 융통했다.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으로 미래아이앤지그룹은 남궁견 회장이 지주사 격인 남산물산 지분을 97.98% 보유하고 남산물산에서 미래아이엔지→판타지오→케이바이오→인콘→휴마시스→빌리언스→경남제약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문제는 빌리언스, 판타지오, 경남제약의 경영 상황이 나빠지면서다.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CB를 발행해 자금을 확보했는데 적자가 계속되며 주가가 동전주로 전락하자 시도 때도 없이 CB 리픽싱 사유가 발생한 것이다.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되면 그만큼 주식 전환 물량이 늘어나 기존 소액주주는 주가 하락에 물량 부담까지 더해져 압박이 커진다.
빌리언스는 9번의 리픽싱을 통해 제6회차 CB의 전환가액을 1136원에서 739원까지 조정했다. 이에 따라 전환 가능 주식 수도 880만2816주에서 1133만288주로 늘었다.
같은 기간 판타지오 제7회차 CB는 302원에서 176원으로 조정해 전환 가능 주식 수가 4304만6357주에서 7386만3636주로 늘어났다. 경남제약도 7회차 CB와 8회차 CB를 각각 8번, 1번 리픽싱했다. 총 전환 가능 주식 수는 660만8920주에서 943만9259주로 증가했다.
증권가에서는 계열사마다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CB를 받아주고 전환가액을 반복적으로 조정하며 회사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는 데 오너 일가가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시에 따르면 경남제약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63억원으로 단기금융상품과 기타금융자산을 합하면 340억원에 이른다. 판타지오와 빌리언스도 각각 284억원, 93억원의 자산을 현금화할 수 있다.
현재 남궁견 회장 장남인 남궁정씨는 판타지오, 빌리언스, 경남제약 3사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다. 빈번한 CB 리픽싱에 오너 일가가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