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마감 후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 조정(리픽싱) 공시가 쏟아지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리픽싱을 통해 유통 가능한 주식 수가 시장에 늘어나는 수 있는 중요 정보를 투자자 관심이 덜한 시간대에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오는 3분기 리픽싱 제도를 개선해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만큼 금융당국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 오르비텍은 제7회차 CB의 전환가액을 3053원에서 2358원으로 22.76% 조정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전환 가능 주식 수도 334만976주에서 432만5699주로 늘어나게 됐다.
공시에 따르면 올초부터 이날까지 262개 상장사가 CB 전환가액 조정 공시를 제출했다. 이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가 217개, 코스피 상장사가 45개로 코스닥 종목 비중이 82.8%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리픽싱 공시 가운데 시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하향 조정 공시가 233건을 차지했다. 전환가액 상향 조정 공시는 29건에 불과했다.
전환가액이 과도하게 하향 조정되면 피해는 고스란히 소액 투자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전환가액이 하향 조정되면 그만큼 주식 전환 물량이 늘어난다. 결국 유통 주식 수가 늘어나게 된다. 기존 주주에게는 할인된 가격에 받은 전환사채 물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며 주가가 추가 하락하는 악재로 작용한다.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조금이라도 더 오르면 매물로 쏟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이 코스닥 시장에 만연하자 금융당국은 전환가액 조정과 관련한 규정 변경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27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에 대한 규정변경예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3일 발표한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에 대한 후속 조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시가 변동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 최저한도는 원칙적으로 최초 전환가액의 70% 이상으로 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 또는 정관을 통해 70% 미만으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일부 기업이 정관을 이용해 예외를 적용하는 사례가 존재했다. 이에 개정안은 주주총회 특별결의(건별)를 통해서만 CB 등 리픽싱 최저한도에 대한 예외 적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시가 변동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과 달리 증자, 주식 배당 등에 따른 전환가액 조정은 발행 기업이 이사회 결의로 자유롭게 조정 방법을 정할 수 있어 일부 기업이 전환가액을 과도하게 하향 조정하는 사례도 있다. 개정안은 증자, 주식 배당 등으로 전환권의 가치가 희석될 때 희석효과를 반영한 가액 이상으로만 전환가액 하향 조정을 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더해 사모 CB 등의 전환가액 산정 기준일을 명확히 규율했다. 일부 기업이 전환가액 산정 후 주가가 상승할 때까지 납입일을 계속 연기하는 방법으로 정당한 시가 반영을 회피하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발행 직전 주가를 전환가액에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사모 CB 등의 전환가액을 산정할 때 '실제 납입일'의 기준 시가를 반영토록 했다. 개정안은 규제개혁위원회 심사와 증권선물위원회·금융위원회 의결 등 절차를 거쳐 3분기 중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