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정책의 일환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기금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공시를 강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적극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2일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열린 토론회 모두 발언을 통해 "자본시장 투자저변 확대를 위해 장기투자 주체인 연기금과 운용사의 책임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며 "일본 공적연금(GPIF)의 투자 확대가 시장 저평가를 해소하고 일본 밸류업 정책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한 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의 장기 투자가 있어야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주식시장을 신뢰하고 들어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철우 신한금융지주 파트장은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이 장기적으로 투자를 할 정도로 연기금의 투자 받침이 제대로 돼 있는지 의문을 품는다"면서 "장기 투자형 국내 자본이 많아야 기업가치 제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퇴직연금이라는 장기 투자 자금이 안정적으로 주식시장에 유입된다면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여전히 90%가 원금보장형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국내 최대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줄이는 것도 안타까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역할, 상장제도 개편과 함께 연기금, 운용사는 핵심 투자주체로서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통해 기업의 혁신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이상목 컨두잇 대표이사는 "국민연금은 주주제안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주주권 행사를 어떻게 검토했는지 공시 의무를 확대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이동섭 국민연금 실장은 "국민연금 입장에서 보면, 밸류업 프로그램은 국민연금 수탁 책임 활동이 목적 같다고 판단한다"며 "의결권 행사의 경우 국민연금이 나서기 전 기업들이 충분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공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의결권 행사가 실질적으로 되려면 안건을 충분히 분석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데, 주주총회가 2월 말~3월에 몰려있다"며 "600여 개 기업의 주주총회에 참석하는 국민연금은 심하면 하루에 50여 개 기업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고충도 전했다.
토론회 이후 이어진 백브리핑에서 이 원장은 “주주이익을 고려하는 환경 조성, 기업 가치제고 필요성 등에 대해 국민연금, 한국거래소와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국민연금은 밸류업 참여 기업 투자,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기금을 적극 활용하고 한국거래소는 한계기업 퇴출, 밸류업 추진에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토론회에서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과 함께 장기투자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언급됐다”며 “향후 정책 추진에 적극 반영하는 한편, 공시 강화 등이 업무에 빨리 반영될 수 있도록 중장기 로드맵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상장사 공시 강화는 빠르면 하반기 반영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합병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두산은 구조 개편안이 담긴 증권신고서가 금감원으로부터 수리를 받아야 그룹사 정리를 진행할 수 있다"며 "(원래와 비교해) 사업 모양이 많이 바뀌었는데, 그렇다면 회사는 많이 바뀐 형태의 증권신고서를 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증권신고서 작성 등이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다 수렴된 상태에서 마무리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기업이 기업 적정성에 대해 자체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고, 시장, 주주를 설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합병을 놓고 투자 위험을 불충분하게 고지했다며 두 차례에 걸쳐 증권신고서를 정정요구했다. 결국 두산은 합병 철회안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