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한미동맹 강화, 달라진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2024-09-11 06:00
  • 글자크기 설정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김영윤 남북물류포럼 대표]
 
지난 8월 19일부터 8월 29일까지 ‘을지자유의방패(UFS:Ulchi Freedom Shield)’ 훈련에 이어 8월 26일부터 9월 7일까지 한미 연합상륙훈련 ‘쌍룡’이 전개되었다. ‘을지자유의방패’ 훈련은 북한의 핵 공격 상황을 가정한 한·미연합 야외 기동 훈련이다. 국가 비상대비 태세를 점검하고 강화할 목적으로 거행되는데 장병 약 1만9000명과 4000여 개 기관에서 총 58만명이 참가했다. ‘쌍룡’훈련은 상륙작전의 수행능력과 한·미 양국 군의 상호 운용성을 강화하기 위한 한·미 해군과 해병대의 연합 상륙 연습이다. 사단급 규모에 40여 척의 함정이 동원된다. 세계 최초의 초음속 스텔스 성능의 F-35B 전투기 등 수십 대가 참여한다. F35-B는 짧은 거리(약 167m)에서 중무장한 채 이륙 및 수직 착륙이 가능하다. 이 훈련에는 공중과 해상 돌격 목표를 결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대대적인 화력지원이 이루어진다. 정부는 방어훈련임을 강조하나 기본적으로 그렇지 않다. 북한을 가정하여 전개되는 공격적 성격의 훈련이다. 이와 같은 훈련에 북한은 극도의 두려움을 느낀다. 북한은 이 훈련을 "극히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군사적 망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분풀이하듯 지난 9월 4일부터 닷새 연속으로 6차례에 걸쳐 ‘오물풍선’을 날려 보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이루어지는 한·미연합훈련은 갈수록 핵이 중심 자리를 차지하는 양상이다. 지난 9월 5~6일 한·미는 미국 워싱턴DC에서 '제1차 한미 핵협의 그룹(NCG) 모의 연습'을 개최했다. NCG는 미국의 핵 운용에 대한 한국의 관여를 보장하는 협의체다. 한반도에서의 핵 억제 및 핵 기획과 관련된 협력적 정책 결정을 위한 것으로 2023년 4월 한·미간에 합의한 '워싱턴 선언'으로 출범했다. 국방부는 이 연습을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이 철통 같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한반도에서 핵 억제 적용을 위한 연합연습 및 훈련 활동을 지속 발전시켜 나갈 것”을 천명했다.
 
한·미연합훈련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현재와 같은 규모의 한·미군사연습이 과연 북한에 대한 방어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만 하는 훈련일까 하는 점이다. 해외군사전문기관 GFP(Global Fire Power)에 의하면 2024년 한국의 군사력은 세계 6위다.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영국 다음이다. 예산이나 현역전방인력, 탱크, 항공기, 잠수함의 수적인 측면에서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영국을 크게 압도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세계 5위다. 북한과 비교해 국력이 열세였던 시기 미국의 안보 지원은 전쟁 위험을 감소시키는 기반이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군사력과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경제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70년도 넘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때의 한·미동맹 관계를 그대로 유지⸱강화해야만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한·미동맹 관계라면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현재와 같은 한⸱미동맹은 우리에게 득(得)보다는 실(失)이 더 많다. 그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남북 사이에 적대행위를 증대시킬 뿐이다. 그것도 핵을 바탕으로 하는 적대행위다. 북한은 이미 최고인민회의 법령으로 '핵무기 또는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감행되었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핵무기로 대응할 것임을 규정했다. 한국과 미국도 이에 대응하는 전략적 틀을 구축한 바 있다. 한·미 ‘일체형 확장억제시스템’은 재래식 무기체계에 핵무기를 통합한 것이다. 지난 7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한반도 핵억제 핵작전 지침’을 공동선언을 통해 확정한 바 있다.

둘째, 정책 결정에 한국의 의지가 배제되는 것이 문제다. 무엇보다 미국이 수행하는 전쟁에 스스로 연루되는 상황이 초래된다는 것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참여는 미국의 정책을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국은 미국을 통한 포탄 지원으로 전쟁에 연루되었다. 남북한이 만든 화해⸱협력 관련 합의의 이행에도 큰 어려움이 따른다. 남북기본합의서의 이행은 물론, 개성공단 재개나 휴전선을 통과하는 대북 지원에도 미국의 통제를 따르는 면모가 강했다. 2018년 초기에 맞았던 ‘한반도의 봄’도 미국의 대북 제재와 남북관계가 통제되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다.

셋째,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북방 국가와의 관계를 악화시킬 뿐이다.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THAAD) 배치는 이의 좋은 예다. 사드 배치는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한국은 중국의 경제적 보복 조치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은 중국의 통신 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하도록 했는가 하면,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했다. 모두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 때문이다.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군사적 확장에 한국이 비판적인 입장에 설 것을 요구했으며,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도록 압박했다. 이런 연유 등으로 중국과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한 한국 기업도 많다. 삼성전자는 물론, 현대자동차와 LG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이 경제 제재와 규제로 공장을 매각하거나 사업을 축소해야만 했다. 한·중교역도 마찬가지다. 2018년 3000억 달러의 교역액과 500억 달러의 대중 무역 흑자는 2023년 들어 교역액 1026억 달러에 175억 달러의 대중 무역 적자로 바뀌었다.

넷째,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를 밀착⸱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이다. 북한은 러시아의 주요한 파트너로 성장했다. 양국의 협력은 식량, 농업, 의료, 에너지 프로젝트 개발을 포함, 군사 분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항공우주기술, 잠수함 발사 미사일과 대륙간 탄도탄에 대한 기술협력 제공은 물론, 향후 양국 중 어느 한 나라가 공격을 받을 경우, 즉시 군사 및 기타 지원을 제공하는 북·러 군사 동맹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 6월 러시아와 북한이 상호 방위를 포함한 북⸱러,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자발적 한·미동맹의 강화는 한마디로 한국의 현 위상에 전혀 걸맞지 않다. 미국의 정책에 스스로 압도되거나 끌려다니는 것은 우리 스스로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따라서 미국에 종속된 안보 정책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 우리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주변의 어떤 국가에도 휘둘리지 않는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우리는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겸비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은 구한말이나 광복, 한국전쟁 당시의 한국이 아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정책적 변화를 기대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대북정책을 포함, 한⸱미동맹 관계의 새로운 정립을 위한 국민 투표라도 할 수 있는 국회 결의라도 있으면 좋겠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