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당장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정 갈등이 격화하며 응급실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인력 부족을 겪는 병원에 군의관을 파견하는 등 ‘의료 붕괴’ 막기에 나섰으나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의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정부와 의료계가 재논의 출발 시점을 두고 팽팽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정부가 제시하는 재논의 시점은 2026학년도지만, 의료계는 2025년도 2000명 증원부터 원점으로 돌이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무조정실은 전날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의료계가 2026학년도 이후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해 이견이 있다면 과학적 근거를 갖춰 합리적 의견을 제시해야 재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의료계가 요구한 2025년 의대증원 백지화에는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정부 입장에 의료계는 2026학년도보다는 당장 내년 증원 재검토부터가 우선이라고 맞섰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전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원점 재논의가 불가한 이유와 근거는 도대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정부 입장에 대해 사실상 거절의 의미를 담은 한 줄로 반박한 셈이다.
같은날 대한응급의학의사회와 서울대 의대 교수단, 전국 시도 의사회장들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중지를 요구하며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탄원인은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을 비롯한 전국 8개 시도의사회 회장단이다.
방재승 전 서울대 의대 비대위원장은 탄원 이유에 대해 “2026학년도가 아닌 2025학년도부터 백지화하더라도 전공의들이 30% 정도라도 돌아올지 의문”이라며 “의료붕괴는 확정됐지만, 더 이상의 붕괴를 막기 위해 대법원이 (의대 증원을) 중지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응급실 환자가 증가하는 추석 명절 응급실 대란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산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군의관 250명을 파견하는 등 추석 연휴 위기 대응을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현장 투입부터 차질을 빚으며 오히려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보건복지부가 군의관 15명을 의료 인력이 시급한 집중관리대상 의료기관 5곳에 배치했으나, 업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 곳들이 발생하고 있다. 출근했던 군의관들이 응급실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히고 되돌아갔기 때문이다. 응급실 업무 범위를 봤을 때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의해서다.
이런 가운데 응급실 상황도 나빠지고 있다. 실제 응급의료센터에서 중증·응급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진료 역량이 최근 급격히 떨어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일 현재 27개 중증·응급질환의 진료가 가능한 병원은 모두 88곳이다. 평시인 지난 2월 첫째 주(109곳)보다 21곳 가까이 줄었다.
복지부는 의료서비스 대가(수가) 인상 외에 직접 인건비를 지원하는 등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 대란 방지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