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칼럼]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다양한 시각

2024-09-07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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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엄태윤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대우교수]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후보를 사퇴한 후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주자로 등판함에 따라 미국 대선이 트럼프와 해리스의 대결 구도로 재편되었다. 11월 5일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 열기가 다시 뜨겁게 달아올라 초접전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9월 10일 미국 ABC방송에서 두 후보 간의 첫 TV 토론이 열릴 예정이다. 이번 토론이 표심을 자극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민주당 가문 출신 정치인인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무소속 대선후보를 포기하고 트럼프를 지지하는 이변이 발생했다. 한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롬니 상원의원 등 공화당 거물급 정치인들의 보좌관 200여 명이 민주당 후보인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였다. 그 이유는 “트럼프가 재집권하여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같은 독재자에게 굴복하고 동맹국과 갈등을 초래하여 전 세계 자유 민주주의에 심각한 상황을 촉발할 것”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7월 13일 대선 유세장에서 발생한 저격 사건으로 인기가 급상승하였다. 이에 민주당도 바이든의 대선후보 하차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었다. 현재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인기도 만만치 않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계승하여 나갈 것이나, 트럼프 후보가 대선에 승리할 경우 미국의 대외정책이 바이든 정부와는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트럼프 2.0 정부 출범 가능성에 대한 세계 각국의 관심이 뜨겁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외정책 방향은 분명하다. 바이든 정부는 2021년 출범 이후 자유가치, 다자주의를 중요시하여 동맹국들과 연대감을 구축하고 쿼드(Quad)·오커스(Aukus)를 통해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봉쇄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글로벌공급망 재구축을 통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중국의 대국굴기를 막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서도 나토국가들과 연대하여 러시아의 침략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북핵 문제와 동북아지역의 평화를 위해서도 한미동맹, 미일동맹과 함께 한·미·일 안보협력체계를 활용하고 있다. 해리스 후보는 지난 8월 22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정은 같은 독재자에 아첨하지 않겠다”라고 언급한 데 이어, “나토와 동맹을 통해 우크라이나 문제를 대처하겠다”라는 입장을 확고하게 밝혀 외교·안보 분야에서 트럼프와 차별화를 보여주었다.
 
트럼프 2.0 시대가 열린다면, 현재와는 다른 색깔의 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세계 각국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국제사회는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트럼프 재집권을 은근히 기대하는 국가들과 부담스러워하는 국가들로 나누어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 출범을 기다리고 있는 국가들은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이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현재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어 있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명분과 실리를 얻고 휴전을 원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거 푸틴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였기에 푸틴은 트럼프 2.0 정부가 들어설 경우, 우크라이나 문제가 러시아 측에 유리할 것으로 기대한다. 실제로 트럼프 후보는 공공연하게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도 트럼프 2.0 시대에 대한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을 것이다. 중국은 바이든 정부의 글로벌공급망 재구축 압박이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어 반도체 산업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중국제조 2025년’ 목표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지난해 중반부터 미·중 관계를 디커플링에서 디리스킹으로 변화를 주었는데, 이는 세계 최강대국인 미·중 간의 군사적인 충돌을 피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미 대선이 눈앞에 다가올수록 바이든 정부의 대중국 압박은 더욱 거세지는 양상을 보인다. 과거 트럼프 1기 정부에서는 만성적인 대중국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관세 보복이라는 수단을 동원하여 미·중 간의 무역전쟁을 촉발하였다. 그러나 트럼프와 시진핑은 2020년 1월 향후 중국이 미국 상품 수입 규모를 2,000억 달러로 늘리는 등의 조건으로 ‘무역 1단계 합의안’에 동의하여 미·중 무역 갈등을 진화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유럽 등 우방국들과의 연대감을 중요시하지 않았으며 동맹국과 갈등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2.0 정부에서도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통해 트럼프 1기 정부의 대외정책을 반복할 것이며 지난 3년간 대중국 봉쇄라는 대의명분에 보조를 맞춰왔던 서구 우방국들과 틈새가 벌어질 수 있다. 그동안 시진핑이 프랑스 등 유럽국가에 주장해왔던 전략적 자율성이 설득력을 띄게 될 것이며 중국에 숨통을 열어줄 돌파구가 된다. 중국은 미국의 봉쇄에서 벗어나는 새로운 국면이 도래되길 기대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바이든 정부와 비핵화 협상을 거부하고 핵 무력을 법제화하고 핵 무력 정책을 헌법에까지 명기하였다. 이는 핵무장 하겠다고 대못을 박은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와 불법무기 거래를 하고 북·러 군사동맹을 강화하면서 한반도와 세계평화에 위협을 주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복귀하여 미·북 정상회담을 재개하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트럼프 2.0 정부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미 대선 전후로 더욱 대담한 도발 행위를 감행할 것이다. 이는 지난 30년간 북한 정권이 써먹은 전통적인 벼랑 끝 전술이다.
 
한편, 트럼프 후보가 대선 유세 등에서 쏟아냈던 각종 발언으로 미국의 우방국들이 고심하고 있다. 트럼프는 나토국가들을 겨냥하여 미군 주둔과 관련된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라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가 공격한다고 해도 미국이 도와주질 않겠다”라고 언급하여 나토국가들의 반발을 초래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한 바 있으며 한국·일본의 방위비 분담금에도 많은 관심을 보인다. 또한, 김정은에 대해 우호적인 말을 하면서 대선 승리 후 미북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할 것을 암시하고 있다. 트럼프 측근 인사들이 “주한미군 철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트럼프의 과거 발언과 행동 등을 고려해 볼 때 향후 한반도 안보 상황을 그저 낙관적으로만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
 
대만과 우크라이나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강대국과 맞대결하는 상황인 가운데, 그동안 바이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잘 버티어 왔다. 만일 트럼프가 재집권하여 미국 우선주의에 집착하여 지원하지 않을 경우, 대만 통일을 위한 중국의 군사적인 위협이 가중될 것이며, 우크라이나도 러시아와 전쟁을 계속 수행할 수 있는 동력을 상실할 것이다.
 
최근 트럼프 2.0 시대 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자 나토국가들은 자구책으로 트럼프 캠프 측 인사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으며 자국 국방비를 늘리는 모습을 보인다. 일본도 바이든 정부와 협의하여 주일미군의 작전지휘 기능을 보완하는 등 주일미군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향후 2개월 후에는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해리스와 트럼프 중 어떤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굳건한 한미동맹 관계 속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체계는 계속 발전되어야 한다. 이는 북핵 위협에 대응함은 물론 동북아지역 평화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 위협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여 윤석열 정부는 차기 미국 정부와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나토식 핵공유, 한미원자력협정 재개정, 핵잠수함 도입 등 다양한 해결책을 놓고 적극적으로 협상할 준비를 해야 한다. 만일, 트럼프 2.0 시대가 도래한다고 해도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지렛대로 삼아서 향후 미·북 간의 북핵 문제 협상에서 우리 정부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미 정부 설득에 주력해야 한다. 김정은의 감언이설에 현혹되지 않도록 한·미 간 원활한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특임 강의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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