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주가 오랜 부진을 털고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거품을 털어낸 만큼 일시적으로 반등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냐는 견해가 나오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2차전지 TOP 10 지수는 지난달 26일부터 7거래일 동안 8.75% 상승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이차전지주 주가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기관은 LG에너지솔루션(1565억원), 삼성SDI(813억원), LG화학(800억원), 포스코홀딩스(769억원) 등을 순매수했다. 일부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예고한 것과 맞물리면서 기관 수급이 유입됐다.
주가가 급격히 오르며 끼었던 거품이 꺼지고 올해 반도체에 쏠렸던 수급이 완화되는 과정에서 이차전지주 가격 메리트가 투자심리를 개선한 요인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차전지주는 전기차 수요 감소로 인한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우려, 중국 업체와 경쟁 심화로 주가 부진에 시달려왔다. 올해 상반기 KRX 2차전지 TOP 10 지수 수익률은 -27.67%에 달한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23.63%), 삼성SDI(-25.00%), 에코프로(-86.07%) 등 개별 종목들도 시장 분위기와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오랜만에 주가가 반등을 하면서 투자자 관심은 상승세 지속 여부에 쏠리고 있다. 2025년부터 적용되는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배출 목표 강화와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장벽 강화에 따른 중국 전기차 점유율 하락 등이 호재로 꼽힌다.
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친환경 에너지 정책을 내세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상승세 역시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해리스 후보와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등으로 전기차, 이차전지 관련 업체들의 보조금 수혜 가시성이 최소 4년에서 최대 8년까지 확보된다"고 말했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시장 회복을 기다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 배터리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자동차 생산업체별로 전기차 전략을 하향하는 업체도 있고 유럽·미국 등 주요 지역에서 전기차 판매량의 가파른 회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판매량 회복 시점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비중 확대를 위해선 월별 전기차 판매량의 유의미한 반등을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