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상황 속 금융당국이 금융권에 가계대출 억제를 당부했다. 금융권은 이에 화답해 강력한 대출 억제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으며 금리 또한 올리고 있다. 문제는 1금융권에서 거절당한 대출수요가 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등 '풍선효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와 투기성 대출 수요를 구별해 대출을 내줘, 풍선효과를 방지해야 한다고 금융사에 당부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금융권의 대출감소가 2금융권으로 넘어가 풍선효과를 일으키지 않도록 모니터링하고, 실수요자의 대출 절벽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앞서 1금융권이 대출을 줄였던 시기, 풍선효과로 2금융권에 자금이 쏠린 사례들이 있다. 집값이 급등하며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2021년 당시, 1금융권 가계대출은 전년 대비 5.1% 늘었다. 전년도인 2020년 1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율 8%보다 떨어지며 대책은 성공적인 듯 보였다. 그러나 2021년 당시 2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8.1% 증가하며, 2020년 증가율(5.7%)을 웃돌았다. 1금융권 대출을 규제하자 2금융권으로 풍선효과가 일어난 것이다.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하던 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잔액 또한 상승반전하며 풍선효과에 대한 걱정을 키우고 있다. 앞서 2금융권은 부실에 대한 우려로 대출을 꾸준히 줄이고 있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 활황으로 주담대 수요가 2금융권까지 이어졌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금융권의 주담대 잔액은 6월 103조9962억원으로 전월 대비 0.1%(1027억원) 증가하며 6개월 만에 상승전환했다. 집값 상승 기대감이 이어진 7~8월에도 2금융권 주담대 잔액은 늘어났을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의 주담대 대출 금리가 은행보다 낮아지는 금리역전 현상도 일어나며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보험사 주담대 금리(주택가격 3억원, 대출금액 1억원, 대출기간 30년, 고정금리, 아파트담보대출로 설정)를 보면 △삼성생명 3.59~4.94% △삼성화재 3.68~6.13% △농협손해보험 3.98~6.17% △KB손해보험 4.07%~6.08% 등이다. 시중은행 주담대 5년 고정금리(혼합·주기형) 3.63~6.03%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금리 인상을 통해 풍선효과의 선제적 관리에 나선 보험사도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 26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0.49%p 올렸다.
앞서 금감원은 가계대출 증가액 관련 경영계획을 초과한 은행에 대해 내년에 더 낮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수립하게 하겠다는 등 강력한 경고를 한 바 있다. 금융권이 다양한 대출 억제책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9월부터 1금융권 가계대출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KB국민은행은 9월 3일부터 전세대출 한도를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한다. 임대차계약 갱신 시 전세대출은 한도를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에서 취급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 등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는 임대인 소유권 이전 등 조건부 전세대출은 한시적으로 중단한다.
앞서 국민은행은 주담대 중 생활안정자금대출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서울과 수도권 내 주택구입자금대출 최장 대출기간은 50년에서 30년으로 축소했다.
하나은행은 다음 달 3일부터 다주택자의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연간 1억원으로 제한한다.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은 중단한다. MCI·MCG는 주담대 시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제외한 금액만 대출이 가능하다. 신한은행도 MCI·MCG 취급을 중단했고, 조건부 전세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금감원은 풍선효과가 일어나지 않도록 금융권에 “실수요자에게는 필요한 대출을 내줘 불편을 최소화해달라”며 “갭투자 등 불필요하고 급하지 않은 투기성 대출을 억제할 수 있도록 여신심사를 강화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