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에게 최대 관심사라면 '내가 투자한 종목' 주가의 움직임일 텐데요. 어떤 주식의 가격이 현재 시가가 낮거나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사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오를 테고, 당장 시가가 높거나 앞으로 내릴 것으로 보고 팔려는 사람이 많으면 내리겠죠. '주식관련사채'는 이러한 원리와 맞물려 주가와 유통주식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를 발행하는 기업 활동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식관련사채는 교환사채(EB)·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묶어서 지칭합니다. 기업의 주식관련사채 발행 규모는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월 수천억원에 달합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통계 기준 올해 7월 주식관련사채 발행 금액은 8229억원으로 집계됐어요. 2023년 7월(1조22억원)보다는 18% 감소했고, 전월보다도 6% 줄어들었습니다.
지난달 월중 최대 규모로 발행된 주식관련사채가 EB였어요. 코스피 상장사인 호텔신라가 지난 7월 5일 채무상환자금 조달을 위해 표면이자 0% 만기이자 0%, 만기 5년짜리 EB를 1328억원 규모로 발행했습니다. 교환 대상은 회사가 보유한 보통주 213만5000주이며 교환가액은 주당 6만2200원으로 책정됐습니다. 발행 결정을 공시한 7월 3일 호텔신라 주가는 종가 기준 5만2600원이었습니다.
이 호텔신라 EB를 산 투자자는 채권을 교환가액에 따라 주식으로 바꿔 팔면 차익이 날 때 교환·매도해야 이익을 낼 수 있어요. 보통 회사채는 만기까지 보유만 해도 이자 수익을 얻지만, 이 호텔신라 EB처럼 이자 0%로 발행된 채권은 만기에 원금만 되돌려주니까요. 그런데 발행 시점 주가보다 교환가액이 18%나 높네요. 투자자가 호텔신라의 미래 실적 성장과 주가 상승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봤다는 뜻입니다.
훗날 호텔신라 주가가 충분히 오르면 이번 EB를 산 투자자가 주당 6만2200원에 호텔신라 주식 213만5000주를 취득하고, 증시에서 매도차익을 실현할 수 있죠. 다른 투자자는 호텔신라 전체 발행주식의 5.44%가 유통주식으로 풀릴 수 있는 '잠재 매물'임을 유의해야합니다. 유통주식수가 늘면 거래가 적은 종목이 적정 가격을 찾도록 도울 수 있지만 주당 가치 희석으로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을 줄일 수도 있어요.
EB로 교환할 수 있는 주식이 반드시 발행 기업의 자사주로 지정되는 건 아닙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달 6일 공시를 통해 표면·만기이자 0%, 만기 5년짜리 EB를 2700억원 규모로 발행한다고 밝혔는데, 다른 게임사인 크래프톤의 보통주 83만3330주를 교환대상으로 정했습니다. 어보브반도체도 같은 날 EB 발행 공시 두 건을 올렸는데 교환대상이 한 건은 자사주, 다른 한 건은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윈팩의 주식이었죠.
지난달 호텔신라 EB 다음으로 발행규모가 컸던 주식관련사채는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의 700억원 규모 CB였습니다. 이 CB는 운영자금 200억원, 타법인증권 취득자금 50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1%, 만기 3년짜리로 발행됐어요. 투자자가 만기에 원금과 3% 이자를 받거나 만기 전에 채권을 이 회사 신주 4620만주로 바꾸는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CB를 산 투자자는 만기까지 기다려서 원금과 이자를 받을 수 있고, 만기 전에 전환권을 행사해 주식으로 바꾸고 이 주식을 팔아 시세 차익을 노릴 수도 있습니다.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의 CB 전환가액은 발행 결정 내용이 공시된 6월 27일 종가 7600원보다 훨씬 낮은 주당 1515원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앞으로 이 회사 주가가 엄청나게 폭락하지 않는다면 후자를 택하는 게 유리합니다.
CB 투자자가 전환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면 그 시기와 규모를 봐야 합니다. 전환권 행사로 투자자에게 주어지는 주식은 새로 발행되는 '신주'거든요. CB를 통해 발행될 스카이문스테크놀로지 신주 최대 수량은 기존 전체 발행주식의 269.93%에 달합니다. 이 CB의 전환청구기간인 내년 7월 18일부터 2027년 6월 18일 사이에 투자자가 전환권으로 취득한 신주가 매물로 풀리면 주가 하락 부담이 작용하겠죠.
CB처럼 투자자가 새로 발행되는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다른 주식관련사채로 BW가 있어요. CB는 투자자가 이미 산 채권 자체를 금액에 맞는 신주로 바꿔준다면, BW는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가 신주를 특정 '행사가격'에 살 권리를 준다는 점이 달라요. 지난달 규모가 가장 큰 BW 발행 사례는 켐트로스가 시설자금 200억원, 운영자금 150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30일 발행한 350억원 규모의 BW였습니다.
공시에 따르면 켐트로스의 BW는 표면이자율 0%, 만기이자율 4%, 만기 10년으로 발행됐어요. 이 BW를 산 투자자는 내년 7월 30일부터 2034년 6월 30일 사이에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켐트로스의 신주 보통주를 주당 6910원에 살 수 있습니다. 발행 결정 공시일인 지난 7월 29일 켐트로스의 주가는 종가 기준 5680원인데, 앞으로 최소 22%는 더 올라야 투자자가 신주인수권을 행사했을 때 이익을 볼 수 있겠죠.
BW 투자자의 신주인수권 행사도 CB 투자자의 전환권 행사와 마찬가지로 신주 발행에 따라 기존 주주 지분 희석 가능성이 있고 신주가 매물로 풀릴 때 단기 주가 하락 부담도 있습니다. 발행 회사의 재무에는 다른 영향을 주는데요. CB는 전환권 행사 시 자본(주식) 증가, 부채(채권) 감소로 재무구조가 개선되는데 BW는 신주인수권 행사 이후에도 채권이 유지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